부패와 기율 위반 등으로 중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전 중앙정법위 서기)이 지난 2012년 8월 베이징을 방문한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과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 나눈 회담 내용을 북측에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설이 홍콩에서 퍼지고 있다.

이 회담에서 장 부장은 북한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으로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으며, 이 사실이 저우 전 상무위원을 통해 북한에 알려져 장성택은 처형되고, 북한군 내 친중파들도 전멸을 당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중(反中) 인터넷 매체인 보쉰(博訊)은 22일 홍콩 소식통을 인용해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트위터 등 SNS에 나오는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저우 전 상무위원은 한때 북한 망명 계획까지 세웠으나 실현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당시 장성택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감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쉰은 전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회담은 중국 측 통역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2월 저우 전 상무위원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발표하면서 그가 뇌물수수와 국가기밀유출, 간통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언급된 국가 기밀유출이 바로 후 주석과 장성택 간 회담 내용 누설이라는 것이다.

보쉰은 그러나 이같은 소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중 매체인 보쉰은 그동안 중국 내부 상황에 대한 적잖은 특종 보도를 해왔지만, 오보 역시 적잖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2011년 김정일 사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북중 간 경협을 책임진 인물이다. 2012년 8월에는 방중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후 전 주석과 회담했으며 나선특구와 황금평, 위화도 개발을 위한 북중 간 회의에도 참석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4개월 뒤인 2013년 12월 8일 북한 노동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 석상에서 전격적으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으며, 나흘 뒤인 12월 12일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됐다. 

김정남은 김정일이 첫째 부인인 성혜림과 결혼해 낳은 장남이다. 반면,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김정일의 3남으로 재일 북송교포의 딸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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