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방사… 미끈한 몸 덕에 빽빽한 DMZ 철책 통과]

정부 "남북, 생태계 공동조사를"

수달 월북(越北)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2013년에 방사한 수달 중 수컷 한 마리가, 작년 7월 초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는 오작교에서 북쪽으로 3㎞ 떨어진 지점까지 올라간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방사할 당시에 위치 추적기를 달았는데, 촘촘한 남방한계선 철책을 지나 북쪽으로 더 올라간 곳에서 미약한 신호가 잡히더라는 것이다. 위치 추적기는 약 3㎞ 떨어진 곳까지 신호를 보내오는데, 수달이 신호를 다시 보내오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더 북쪽으로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 수달은 2013년 10월 문화재청과 한국수달보호협회 등이 북한강 최상류 지역에서 풀어준 암수 각 한 마리 가운데 수컷이다. 2012년 5~6월쯤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수컷은 어미를 잃었다가 구조돼 2012년 11월 센터로 옮겨졌다. 센터는 약 1년 정도 보살피다가 방사했다. 수달 새끼는 여름철 홍수 등으로 물이 크게 불면 급류에서 헤엄치지 못해 어미와 헤어져 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달은 어떻게 철책으로 에워싸인 비무장지대를 통과했을까. 비결은 미끈한 몸매다. 산양 등 중대형 동물은 비무장지대 철책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수달은 강물을 가로지르는 철책 사이 틈새로 빠져나갈 수 있다. 철책 근처에선 수달 배설물이 발견된 적도 있다. 이에 수달이 남북을 오갈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번에 증거가 잡힌 셈이다.

남북은 이미 2007년 '북한강 수계에 서식하는 수달 보호 관련 남북 공동 조사·연구 협약'을 맺어 놓았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며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생태계 남북 공동 조사 등도 실현되길 희망하지만, 아직 북한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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