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잠수함 사령부가 2일 출범한다. 독자적인 잠수함 사령부 창설은 미국·일본·프랑스·영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다.

우리 해군이 첫 잠수함인 독일제 장보고함을 들여온 게 1992년이다. 그 후 20여 년간 우리 잠수함 전력(戰力)은 크게 향상됐지만 동북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주변 강국들의 잠수함 전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해군은 그간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을 비롯해 기습 능력이 강한 북의 잠수함 도발에 번번이 당하곤 했다.

북한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국은 최근 잠수함 전력 증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탑재 전략 잠수함 4척을 비롯하여 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8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최신형 4000t급(소류급) 잠수함은 최근까지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11척의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을 포함해 64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독일제 214급(1800t급) 4척 등 13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엊그제 김정은이 동해에서 미 항공모함 타격을 상정한 잠수함 어뢰 공격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 관측 위성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북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이 보유한 70여척의 잠수함(정)은 기습 침투 능력이 뛰어난 소형 잠수함정이 많다. 게다가 북한과 러시아는 올해 합동 군사 훈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북·러 합동 훈련은 해·공군과 잠수함 등 여러 측면에서 북의 군사적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다. 북·러 군사 협력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의 대비책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잠수함 사령부를 창설한 것은 수중(水中)에서 이뤄지는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간 준장(准將)이 맡아오던 잠수함 전단을 소장(少將)이 맡는 사령부로 끌어올렸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전력 증강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되는 장보고-Ⅲ급(3000급) 잠수함은 5년 뒤인 2020년에나 들여올 예정이다. 해군 상당수가 잠수함 근무를 기피할 정도로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

한반도 주변 강국의 해양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 간 군비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중·일은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등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를 늘리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변국들과의 전력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기 보유를 늘리는 것이 우리의 해양 안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법도 아니다. 군이 이런 안보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중·장기적 해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잠수함 사령부 창설은 그저 조직을 하나 더 키운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