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김정은役 랜달 박]

테러 위협은 물론 해킹도 안 당해…
10년 넘게 단역으로만 활동하다가 '인터뷰' 후 일약 시트콤 주역으로
한국 바뀐 모습 꼭 가서 보고싶어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역을 맡았던 랜달 박(41)은 "서울은 꼭 다시 가고 싶지만, 평양에는 전혀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차기 출연작인 ABC방송의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보트에서 막 내린, 즉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는)' 홍보를 위해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가진 행사에서 "북한 주민에게 최선의 일이 일어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랜달 박은 미국에서 제작하는 첫 아시아계 소재 코미디 시리즈에서 이민자 아버지인 '루이스 황' 역할을 연기한다. '프레시 오프 더 보트'는 중국계 요리사 겸 엔터테이너로 성공한 에디 황이 어릴 때 이민을 와서 겪은 문화 충격과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면서 겪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시트콤이다. 같은 이름의 자서전을 드라마로 옮겼다.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역을 맡았던 랜달 박의 실제 모습(왼쪽)과 영화 속 분장한 모습. 그는 “촬영 이후 북으로부터의 위협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랜달 박 공식사이트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역을 맡았던 랜달 박의 실제 모습(왼쪽)과 영화 속 분장한 모습. 그는 “촬영 이후 북으로부터의 위협 같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랜달 박 공식사이트

그는 "이번 시트콤은 '인터뷰'처럼 국제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며 "영화를 둘러싸고 일었던 먼지가 가라앉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문제에는 선을 그었다. 일부 탈북자와 북한인권 관련 단체가 영화 '인터뷰' DVD를 북한에 뿌리려는 움직임에 관한 질문에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정은 역할을 한 데 대한 테러 두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것 없다. 어떤 위협도 없었고, 내 컴퓨터가 해킹당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사진을 나와 나란히 세워놓은 기사를 보면서 웃음도 나고 놀라기도 했다"면서도 "나는 헤어스타일부터 김정은과 다르다. 마치 두 개의 세계가 충돌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미국 LA에서 태어난 그는 1990년대 힙합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민 2세대로서, 자신의 이민사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며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려는 열망과 열정을 느꼈고, 가족에 대한 그런 사랑이 바로 내가 이번 시트콤에서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없는데, 꼭 가고 싶다"며 "10세 이후로 한국을 가본 적이 없는데 많이 바뀐 것으로 안다. 정말이지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랜달 박은 김정은 역할을 하기 위해 불과 열흘 동안 9㎏이나 몸무게를 불렸고, 데니스 로드먼을 만나는 김정은의 모습을 상세히 관찰해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UCLA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는 28세 때 연기에 입문한 늦깎이 배우다. '나쁜 이웃들' 같은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인터뷰' 이전까지는 주로 단역으로 활동했다. '인터뷰'의 성공과 함께 주연급으로 올라선 셈이다.

그는 "오랫동안 조금씩 경력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도 지난 5~6년간 조금씩 분주해지다가 이번에 생애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게 됐다"고 겸손해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온 부인 박재서씨도 배우이며, 3세 된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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