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가족이 경영하는 구멍가게 형태의 일명 ‘집 매대’(주택 상점)가 성행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22일 보도했다. 24시간 운영과 외상 거래, 돈세탁 등 북한 지역경제의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까지 주로 학교 주변에서 간식거리를 팔던 집 매대가 몇년 전 부터는 집을 개조·증축해 TV나 냉장고 등 각종 가전제품과 식품 등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형태로 변했다”고 밝혔다.

집 매대는 투자부터 유통, 판매까지 가족이 한 회사처럼 24시간 운영해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장마당(종합시장) 매대와는 달리 영업 시간 통제 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소식통은 "집 매대는 주민 거주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구매한 상품이 많으면 배달 서비스는 기본"이라고 전했다.

집 매대는 구매자들에게 일종의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외상 거래가 가능해 ‘신용 매대’라 불리기도 한다. 다만 장마당과는 달리 흥정을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집 매대는 초기자본이나 비용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소식통은 “장마당처럼 자릿세를 낼 필요도 없고, 상품을 시장 경비에 맡기거나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담도 없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밑천이 없어도 집 매대만 마련하면 도매 상품을 외상으로 받을 수도 있다.

부정하게 돈을 벌어들인 간부들과 돈주(신흥부유층)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돈세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소식통은 “종합시장과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소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될 수 있지만, 집 매대에서는 이런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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