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鄕民후손 자승 스님·이영훈 목사… 신년사 통해 통일 대비 역설

 
"저희가 준비하는 '불교 통일 선언'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공존(共存), 상생(相生), 그리고 합심(合心)입니다."(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교회 예산의 1%씩 모아서 통일이 되면 바로 교회와 학교, 병원을 짓는 데 쓸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광복·분단 70년을 맞아 종교 지도자들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 '대북(對北) 지원' 비전을 내놓고 있다. 통일 관련 발언은 매년 나오는 단골 메뉴이지만 올해는 더 구체적·실천적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끈다. 자승 스님과 이영훈 목사는 각각 황해도와 평양 출신 실향민(失鄕民)의 손자다.

자승 스님(왼쪽), 이영훈 목사.
자승 스님(왼쪽), 이영훈 목사.

조계종은 부처님 오신날(5월 25일)을 전후해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사람들을 초청하고 불교 통일 선언을 발표한다. 자승 스님은 '3원칙'에 대해 "분단이 70년에 이르는 동안 통일에 대한 관심도 식어가고 있다"며 "통일 후에도 서로 원망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불교계의 대북 지원 문제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을 다듬어 적당할 때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의 '1% 적립' 제안은 통일 이후 북한 사회와 교회 재건을 염두에 둔 것. 우선 그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올해부터 10억원을 적립한다. 이 목사는 평양 서문밖교회 장로였던 조부가 1948년 솔거(率去) 월남해 영락교회 천막에서 온 가족이 한 달 정도 살았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려서부터 분단 전 북한 교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6·25 전(前) 3500개 있었던 북한 지역 교회 중 지방의 교회들은 대부분 관공서로 쓰이지만 건물 자체는 남아 있다고 한다. 바로 고쳐서 예배 드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통일의 그때가 되면 교회별로 그동안 모은 기금을 가지고 북한의 특정 지역을 책임지고 맡아 교회도 재건하고 학교, 병원, 유치원 등을 짓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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