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대가로 北희토류 받아"

 

 
 
북한과 러시아가 작년 말 북한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합의한 데 이어 북한 전력망 개·보수 및 송전(送電)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러시아의 초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가운데 북·러의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이날 "러시아가 북한의 낡은 전력망을 바꿔주는 대가로 북한 희토류를 받는 사업을 북·러가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사업 규모는 200억~30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러시아 극동 지역의 남는 전기를 북한에 보내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작년 10월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최대 수력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를 방문했다. 이달 초 북한은 송·배전 기술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현재 북한은 송전 시설 등이 매우 낡아 누전율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질적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전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 전력망을 개·보수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교전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철강과 구리 등의 유럽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재고로 쌓인 철강과 구리를 북한 철도·전력 현대화 사업에 이용하고, 그 대금은 희귀 금속인 희토류나 금·석탄 등으로 받겠다는 계획이다. 소식통은 "희토류를 실은 기차가 북·러 국경을 통과하면 당일 국제 시세를 기준으로 희토류 대금을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남 안주군의 희토류 광산이 북·러 경협에 사용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북·중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러 관계가 진전되면서 김정은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948년 8월 북한 수상에 취임한 김일성은 1949년 3월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이 아니라 옛 소련을 택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김일성 따라 하기'를 통해 권력 정당성을 쌓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국력이 뒤바뀌었지만,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이 '주석님(김일성)의 발자국'을 먼저 따라갔다고 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러 경협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작년 10월 북·러가 합의한 250억달러짜리 철도 현대화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던 러시아 사업가는 작년 말 임금 체불 등의 혐의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북·중 교역액은 65억4000만달러에 달했지만, 북·러 간에는 1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북·러가 갑자기 경협 규모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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