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1일 '북한 비공식 경제 성장요인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에서는 공식 사회주의 제도와 이념에서 벗어나는 경제활동이 꾸준히 출현·성장해 왔으며 그 결과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은 느리게나마 개선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에서는 공식 경제의 붕괴로 실질적 실업 상태에 놓인 많은 주민들이 도소매업, 운수업, 개인서비스업 등 서비스 부문에서 먼저 사경제 활동을 개척했다"며 "그 결과 농림어업, 제조업, 광업, 건설업 등 여타 부문에서도 사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 "비공식 경제에 뛰어든 많은 북한주민들도 스스로 창업해 자기 사업을 전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기업가로 볼 수 있으며 이들 중 소수는 사업형 기업가로 성장해 신흥 부유층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사회주의적 집단농업과 식량배급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자 북한의 대다수 농민과 상당수 도시 주민들은 사경지(텃밭, 뙈기밭, 다락밭 등) 경작과 개인 축산 등 사영 농업에 종사하게 됐다"며 "사영 농업에서 생산된 농산물(수산물, 축산물 포함)은 비공식 유통업자들과 운수업자들에 의해 도시 주민들에게 공급됐으며 비공식 식품가공업과 음식숙박업도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외무역 확대도 많은 저소득 개도국과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의 성장을 촉진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라며 "북·중무역이 증가세를 보인 기본적 이유는 중국의 고도성장에서 찾을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의 덕을 많이 봤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북한에서도 2008년 이후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로 전국적 네트워크가 구축돼 이동전화 시대가 열렸으며 비공식 경제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경제에 대한 기존의 통념은 북한 당국이 충분한 개혁·개방 정책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나 위로부터의 개혁이 불충분함에도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공식 제도와 이념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창조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공식 경제의 성장 덕분에 민생 경제가 안정됨으로써 북한 김정은 체제 안정화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라며 "비공식화 과정은 장기적으로는 체제 변화의 중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부터 조만간 결정적인 정치적 사건이 유발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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