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새해가 시작되면 전국이 암송 열풍에 휩싸인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통수권자가 신년사를 발표하면 북한 주민은 신년사를 통째로 외운다. 또한 김일성, 김정일 도록(圖錄) 등도 외운다. 해당 도록은 김일성, 김정일의 행적을 그림과 같이 설명한 책이다.

2013년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기 위해 모였다./조선일보DB
2013년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기 위해 모였다./조선일보DB

올해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를 1일 발표했다. 1만694자, 200자 원고지 54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도록도 사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분량이 상당하다.

북한 당국은 이런 책들을 암송하라고 지시한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의 가치관을 바꾸고 세뇌 시키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요즘은 북한 당국은 주민의 생계도 해결해 주지 못해 주민에게 대한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지시에도 따르지는 않아 암송에 순응하지 않는다.

북한 당국은 암송을 독려하고자 당근을 준다. 18일 탈북자 A씨는 "탄광, 공장, 학교 등 직장 단위로 암송 경연 대회를 연다"며 "직장에서 우승한 사람은 군, 시 경연대회에 나가고 다시 도 전체의 경연대회에 나간다"고 말했다. 경연대회 기간 작업에서 면제 받는다. 경연대회가 몇 달에 걸쳐 진행되기에, 암송을 할 수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다른 탈북자 B씨는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없기에, 경연 대회를 참석하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며 "머리가 똑똑해 암송 대회에 참가하면, 일도 안하고 바깥 바람도 쐰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경연대회에서 떨어진 사람은 암송에 나간 사람 몫까지 작업을 해야 해서 불만이 있다"며 "심지어 여행 경비도 해당 작업장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한처럼 녹음기, 휴대폰 등은 고사하고, 종이, 연필도 부족하다. 다른 대부분의 건설, 사회, 문화 분야에서 그렇듯이 북한 주민은 자력갱생해 외운다.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는 "북한 주민은 '통달 모임'이라는 그룹 모임을 결성해, 서로 외운 내용을 듣고 고쳐 준다"며 "김정은이 먹고 살기 힘든 북한 주민에게 새해부터 암기라는 부담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뉴포커스는 "김정은이 경제 발전을 약속한 신년사를 주민들이 외우면서,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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