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변화의 길] [2] 대외硏·서울대 '北경제 성공 시나리오'

중국式 특구 중심 개방 땐 20년 뒤 1人 GDP 7~9배로… 아시아 신흥개발국 부상
南北 경제통합 추진 안 해도 개방하면 독자 高성장 가능

 

북한이 대외 개방을 통한 외자 유치와 시장경제 체제 도입 등 본격적인 경제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최소 연간 6~7%대의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베트남 등 어떤 개혁·개방 방식을 택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체제 전환에 나선다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면서 현재와 같은 빈곤과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베트남 방식 모두 성공 가능

조선일보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 방식에 따라 체제 전환에 나섰을 경우 북한의 향후 10년과 20년 후 경제 상황에 대해 분석·예측했다. 먼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추진할 경우 10년 후인 2024년에는 경제 규모가 2013년의 2.4배(751억달러)로 높아지고, 20년 후인 2034년에는 7.4배(2274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1870년대 말부터 중앙 정치 체제(주석 중심 집단지도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외자 유치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는 체제 전환을 추진했다. 현재 북한이 시도하려는 경제특구·개발구 중심의 개혁개방 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다.

버섯공장 찾아간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에 새로 건설된 ‘버섯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버섯공장 찾아간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에 새로 건설된 ‘버섯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이럴 경우 북한의 1인당 GDP는 2034년 8640~1만1195달러로 2013년(1252달러)에 비해 6.9~8.9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규모도 2013년 37억달러에서 2034년에는 849억달러로 25배나 늘어나게 된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베트남과 필리핀을 넘어서는 아시아의 신흥 개발국으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포기하고 국제투자와 남북경협이 활성화된다면 수출기업 급성장과 자원개발 확대 등으로 1인당 GDP가 1만달러까지 올라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베트남식 체제 전환을 하더라도 비슷한 경제적 도약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쇄신이라는 의미의 개혁·개방 정책)'를 추진하면서 집단농장을 개인농으로 전환하고 외국 자본을 대규모로 유치했다. 중국식 특구보다는 전면적인 시장 개혁과 대외 개방을 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북한이 베트남식으로 개혁·개방을 할 경우 GDP가 2024년 660억달러, 2034년 121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GDP도 2024년 2575달러, 2034년 4625달러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개혁·개방보다는 성장 및 소득 상승 속도가 다소 느리지만 상당히 만족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북한이 단기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은 경제 규모가 작고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원만 들어간다면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남북 통합 안 돼도 7% 독자 성장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연 교수팀은 북한이 남한과 경제통합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전면적인 체제 전환에만 나선다면 연간 7%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10년 내에 경제 규모가 2배 넘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을 했다가 남한에 흡수통일 될 수 있다는 북한 내부의 우려와 달리 자체적으로 성장·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체제 전환과 함께 남한과 경제적 통합까지 추진하면 성장률은 13%대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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