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9군단이 지난해 동계훈련을 중단하고 스키장 건설에 동원됐다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예하 45사단 군인 10여 명이 숨졌다고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9일 보도했다.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9군단 전체가 양강도 지역 토지 정리와 스키장 건설, 삼지연 비행장 건설 등에 동원됐고, 공사현장에서 9군단 예하 45사단 군인 10여 명이 갑자기 무너져내린 흙에 깔리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9군단은 함경북도 경성군에 주둔하면서 북·중 국경과 동해안 방어를 맡은 부대다. 하지만 이 같은 9군단 병력 수 만명이 매우 이례적으로 지난해 동계훈련까지 중단하면서 관할지역 바깥인 양강도로 이동했었다는 게 데일리NK의 보도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9군단 병력이 양강도 공사현장까지 약 200㎞를 도보로 이동했으며, 며칠 간의 강행군과 추위 때문에 동상에 걸린 병사가 속출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군단 병력이 이동한 이유에 대해 “땅이 완전히 얼기 전에 흙파기 작업을 빨리 끝내려다보니 군단 병력이 동원됐던 것”이라며 “이번 공사는 올해 10월, 당 창건 70돌을 앞둔 김정은 업적 쌓기의 일환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소식통은 “공사현장에서 45사단 군인 10여명이 갑자기 무너져내린 흙에 깔려 숨지자 (당국에서는) 숨진 군인을 두고 ‘최후 순간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영상을 안전하게 보위한 충실성의 전형’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참사 직전 한 병사가 군복에 착용하고 있던 쌍상(雙像·김일성·김정일 초상이 동시에 들어간 그림)을 흰 종이에 감싸 품에 간직하고 숨졌다’고 선전하면서 이번 사건을 “백두산 위인들(김일성 일가)을 결사보위한 군인들”의 사례로 소개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겨울철 군인들까지 동원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가 군인들이 숨지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이들의 죽음을 영웅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흙더미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는데 초상을 종이에 싸서 안주머니에 넣을 정신이 있었겠느냐”, “그럴 여유가 있었으면 무너져내린 흙더미를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당국의 선전을 믿지 않는다는 게 함경북도 소식통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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