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변화의 길] [1] 체제전환 실패 러·아르헨 보니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체제 전환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로 러시아를 꼽았다. 러시아는 1990년 개혁·개방 조치 이후 가격 자유화와 사유화(私有化)를 동시에 추진했다. 이 같은 급진적 체제 전환 과정에서 산업 생산량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심각한 경기후퇴를 겪었다. 산업 구조조정보다 원유 등 지하자원을 내다 파는 데 치중한 것은 더 큰 문제였다. 러시아는 최근 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 등으로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로빈슨 교수는 "러시아는 국가주의적 반동으로 소비에트 스타일의 또 다른 독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도 체제 전환 시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도 기본적으로 농업이 아닌 공업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식 점진적 개혁보다는 러시아식 급진 개혁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개혁·개방으로 국제 신뢰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로빈슨 교수는 1989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2002년 중앙통제식 대규모 화폐개혁과 인플레이션 수치 조작 등으로 사실상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얀마에 대해서는 아직 개방 초기 단계라 성패를 진단하기에 이르다고 했다.

중동의 예멘, 동구의 불가리아 등도 체제 전환에 실패한 나라로 꼽힌다. 북예멘과 남예멘은 1990년 합의 통일했지만 이후 내전을 거치며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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