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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 되고 싶어요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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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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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입학한 첫 탈북 청소년]

여섯 살 때 두만강 건너 北 탈출… 과외 못 받았지만 수학 특히 우수
한성과학고, 탈북자란 사실 몰라 "카이스트 가서 입자물리학 배울 것"

 

"구술 면접에서 물리 문항은 잘 대답했는데, 수학 질문에서 대답한 게 자신이 없었어요. 떨어지는 게 아닌가 했는데…."

지난 7일 서울 한성과학고에서 만난 김철수(가명)군(17·경서중)은 숫기없이 묻는 말에만 겨우 대답하는 평범한 중3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탈출한 뒤 긴 여정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김군은 영재학교를 포함한 전국 22개 과학고에 입학하는 최초의 탈북 청소년이다.

탈북자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지금까지 2만7000명가량 왔다. 20년 만에 탈북자 중에서 과학 엘리트 교육을 받는 인재가 나온 셈이다. 탈북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교육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 탈북 과정에서 학력 공백이 생기는 데다, 가족 이산 등을 겪으며 정서적으로 불안해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 김철수(가명)군이 서울 한성과학고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다뤄보고 있다. 김군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 정면이 나온 사진은 싣지 않기로 했다. /이진한 기자

함경도에 살던 김군은 다섯 살 때인 2003년 부모가 먼저 탈북했다. 중국과 무역 거래를 했던 부모는 북한 기관원들에게 재산을 몰수당하자 김군을 외가에 맡기고 두만강을 넘었다. 김군을 중국으로 데려간 것은 중국 정착에 성공한 이듬해였다. 김군은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외할아버지가 저를 데리고 국경 초소까지 데리고 갔는데, 돈을 받은 북한 군인이 저를 업어서 두만강을 건너게 해줬어요." 학령기가 된 김군은 중국 학교에 입학해 1년 공부하다 여덟 살 때인 2006년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중국 대륙 남쪽 끝까지 내려가 미얀마 국경을 넘은 뒤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6개월을 보낸 김군은 2007년 초등학교 2학년으로 편입했다. 처음에는 급우들이 쓰는 용어가 북한과 너무 달라 이해되지 않았지만, 곧 적응했다고 한다. 중학 시절에는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김군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일찌감치 과학고에 진학하겠다고 생각했고, 작년 초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한성과학고는 전형 과정에서 김군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수학이 뛰어나 학원 교육의 결과가 아닌지만 집중적으로 점검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학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수학 실력이 탁월해 우수한 학생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서울 100여개 중학교에서 140명을 선발했으며, 경쟁률은 5.5대1이었다.

김군 가족의 수입은 부모가 민간단체 아르바이트와 정부 보조금 등으로 받는 월 150만원이 전부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아니다. 김군은 "그래도 학교 진도를 쫓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사는 임대아파트 복지관에서 대학생 선생님을 연결해줘 가끔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김군의 중학 성적은 전교 10등 전후였다고 한다.

그의 희망은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해 입자물리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대학을 마치면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유학 가고 싶어요. 제가 태어난 북한을 위해서나, 통일 한국을 위해서나 제가 뛰어난 과학자가 되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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