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리 前AP평양지국장
"北고위층 변화 두려워해도 외부 도움 필요한 것 알아… 경제·문화부터 바뀔 것"

 

진 리(44) 미 AP통신 전 평양지국장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미래 비전을 가진 젊고 세련된 지도자'로 비치도록 하기 위해 과학·기술, 경제, 삶의 질을 강조하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는 이런 부분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 리 전 지국장은 지난 4일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치 분야나 인권·북핵 문제는 지금으로선 개혁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경제·문화 분야는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진 리는 AP가 2012년 1월 서방 언론 중 처음으로 평양에 지국을 개설했을 때 초대 지국장으로 부임했다. 약 2년간 평양에 거주하며 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변화를 지켜봤다.

진 리(왼쪽) 미국 AP통신 전 평양지국장이 2012년 북한 안내원 등과 함께 눈 쌓인 백두산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그는“북 주민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봤다”고 했다. /데이비드 구텐펠더 제공
진 리(왼쪽) 미국 AP통신 전 평양지국장이 2012년 북한 안내원 등과 함께 눈 쌓인 백두산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그는“북 주민들에게 변화의 희망을 봤다”고 했다. /데이비드 구텐펠더 제공

리 전 지국장은 "평양에 있으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고위 인사를 만났다"며 "이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세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서 변화의 희망을 높게 봤다고 했다. 그는 "북 주민들은 언행을 매우 조심하지만 억압적인 환경에서도 자식들을 좋은 환경에서 교육하고 싶어하고, 열심히 일해 직장에서 성취를 이루려는 욕구가 분출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은 남한 국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 흩어져 있는 재외 동포들과 언어·문화의 장벽이 거의 없다"며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이들(재외 동포)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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