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사회부 기자
김형원 사회부 기자
지난 성탄절 다음 날 '2014년 연말 통일 간담회'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동영상 게시자는 '민족통신'이었다. 미국 교포 노길남(71)씨가 운영하는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다. 북한을 62차례나 방문했다는 노씨는 작년 4월 평양에서 김일성상(賞)을 받았고,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주최한 경연대회에서도 '북녘 동포들 가슴 깊이 젖어든 령도자'라는 작품을 제출해 입상했다.

10명 정도가 참석한 간담회를 주도한 건 노길남씨와 안수명씨였다. 재미교포 잠수함 전문가라는 안씨의 장황한 말을 요약하자면 '천안함 사건은 북(北)의 소행이 아닌데 북의 소행으로 몰아간 것은 한·미(韓·美) 측의 조작이고 동시에 이번 소니픽처스사 사이버 공격 사건도 북의 소행으로 발표됐는데 이것도 천안함과 같은 조작 사건'이라는 것이다.

노길남씨의 주장은 더 거침이 없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거론하면서 "개잡놈들이 지금 정치를 하는 거예요. 잡놈들이 아니라 잡년놈들이…박근혜는 국제 창녀예요!"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반면 '종북 토크쇼' 논란을 일으킨 재미교포 신은미(54)씨와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41)씨에 대해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노씨는 "신은미라는 사람은 (한국에) 나가서 정말 큰일을 했으니 (미국에) 오면 잘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애국자로 꼽는 게 황선인데 아이도 북조선 가서 낳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42분짜리 동영상 말미에서 노씨는 "의인(義人)이 10명 있으면 망하지 않으니까, 여기 있는 사람만이라도 마음을 합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마지막 결론은 뭔고 하니 우리가 북을 따라가야 한다, 이겁니다"라고 말했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을 때 좌파 성향 재미교포들은 입에 담기 어려운 저급한 성적(性的) 내용을 쓴 피켓을 들어 올리는 등 도 넘는 반(反)정부 시위를 벌여 교민 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이번 동영상을 보면 그런 행동을 낳은 자칭 '재미 진보 인사'들의 심리 상태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우리끼리 무슨 이야기인 들 못하랴'하는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타향에서 모국(母國)에 침을 뱉고, 제 나라 지도자를 매춘부로 묘사하는 행위에 동의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한 재미교포는 "해외 교포가 모두 저렇다고 생각할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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