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의 반공적 민주혁명이 鬪爭전선에 나를 세웠지만 從北이 운동판서 떠나게 해
통진당 해산은 안타깝지만 발등의 급한 불 먼저 끄고 진보 再建 좋은 기회 삼길

 
 

김현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김현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우려대로 결국 종북(從北) 세력이 한국 진보 운동의 반세기 역사를 말아먹었다. 통진당 당원 전체가 주사파거나 내란을 획책하는 세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북을 추종하며 유사시 적(敵)의 편에 서서 우리를 무력으로 타격하고 민심을 교란하려는 목적을 가진 세력이 통진당을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결국 예방 차원에서 썩은 환부를 미리 도려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건강성에 더 부합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필자는 이해하고 있다.

필자는 1950년생이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 조선대를 졸업했다.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던 나를 변화시킨 것은 1980년 5월에 터진 광주 항쟁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함성이 아련하게 들려오는 듯하고 피가 끓어오르는 격정 앞에 눈시울을 붉힌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그 많은 구호 앞에서 '김일성아, 오판(誤判) 마라'는 구호를 빼놓지 않았다. 광주 시민의 투쟁은 반공적 민주혁명이었다. 그때 함께 죽지 못한 것이 죄가 되어 필자는 30대와 40대 중반까지 그저 미친 듯이 투쟁하고 매 맞고 옥살이한 기억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필자가 운동 전선에서 멀어진 것은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운동판을 잠식하면서부터였다. 그들은 한국 민중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안으로는 북한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금강산 관광길을 차단했을 때 자칭 진보라는 이들이 어떤 입장을 내세웠는지 상기해보라. 또 '김씨 왕조(王朝)'라는 국제적 비아냥을 산 3대 세습과 북한 동포의 비참한 인권 실태를 비판한 진보주의자가 있었던가?

이번에 해산 결정을 받은 통합진보당 모습은 어떠했나. 재작년 4월 10일 이정희 당시 통진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은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군사 행동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진보 정당 대표로는 이례적인 발언에 많은 사람이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뒤 같은 당 이석기 전 의원은 비밀 모임을 열어 "현 정세를 편향되게 바라본다"며 자기 당 대표를 비판했다. 그 후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잃었다. 이는 주사파가 통합진보당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한다는 단적인 증거가 됐다.

우리 사회에 진보는 절대로 필요하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 진보와 보수가 조화를 이루어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하지만 종북 세력이 진보 진영 곳곳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의 진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나는 진보 진영을 사랑한다. 더불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해산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먼저 꺼야 한다. 진보 진영에 만연한 종북 세력을 축출하는 것이다. '일꾼' '총화' '조선 민족'이라는 북한 말투를 스스럼없이 쓰면서 유사시 우리 통신망과 물류 기지 타격을 모의하는 이들이 어찌 한국의 진보 세력인가.

이번 결정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온 우리 진보 세력은 치명타를 입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철부지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훌륭한 자원인 진보 진영을 망쳤다.

역설적으로 필자는 이번 기회가 제대로 된 진보 재건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북 세력과 결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고 오롯이 대한민국의 진보를 위해 뛸 기회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이 우리 사회를 종북 세력으로부터 지키고 좀 더 건강하고 건전한 진보 세력 재건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