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3일 캄보디아 경찰은 수도 프놈펜에 있는 북한 안가(安家)를 급습,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불법 프로그램 제조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북한 정찰총국 121부대 소속 해커들로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 거점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무역상이나 IT업체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했다.

열악한 북한 IT 인프라를 대신해 제3국에 근거지를 두고 사이버테러 등 각종 사건 발생 시 수사를 교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해커 수만 3만명(지원인력 포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한 해커 조직은 중국 선양을 비롯해 다롄, 칭다오, 광저우, 베이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해커 조직은 중국 선양을 비롯해 다롄, 칭다오, 광저우, 베이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해커들은 전 세계 100여곳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불법 프로그램 제작 등의 사업을 벌이다가 상부 지령이 떨어지면 즉각 해커로 임무를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현지 범죄조직과 결탁해 벌어들인 수익은 북한 본국의 해커 양성에 사용된다고 한다.

북한 121부대는 최근 게임조작부를 신설, 사이버게임과 쇼핑몰 등을 해킹,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 수준의 외화를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북한, 사이버전력 핵심 ‘121부대’…김정은 친위대로 불려

북한 해커 조직의 핵심인 121부대는 1998년 121소(所)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2년 총참모부와 대외연락부가 더해지면서 121부대로 승격됐다. 공식 명칭은 기술정찰국이다.

121부대는 500여명으로 시작했지만, 2009년 해커 인력을 확대하라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3000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현재는 활동인력만 5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21부대는 원자력발전소, 금융, 관제탑, 통신 등 국가 중요 시설에 따라 특수 목적의 해킹 전문가도 양성하고 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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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킹 공격과 방어 기술을 겸비한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는 달리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해킹을 통해 잃을 시설물이 북한으로서는 적기에 상대적으로 사이버 방어력은 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121부대는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컴퓨터망에 침입해 비밀자료를 해킹하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사이버전 업무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북한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재직했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121부대는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모란봉대 등 북한에서 손꼽히는 유명 대학 출신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121부대는 김정은에게 작전 친위대, 별동대로 불리면서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도 작전을 펼쳐 성과를 내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7·7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한국의 주요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해커부대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후 해커 양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해커부대 전력이 세계 3위?…매년 300여명 충원

지난 8월 중국의 정보기술 잡지 ‘IT시대주간’은 미국 HP가 펴낸 ‘북한 해커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부대의 공격 능력은 미국과 러시아 다음인 세계 3위로 평가받는다”고 보도했다.

HP 보고서는 북한 해커부대가 HP와 시스코, 노키아 등이 제조한 최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P는 북한 해킹 부대의 조직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사이버 전력이 알려진 규모보다 더욱 막강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전직 CIA 요원인 마이클 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해외에 보냈거나 한반도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요원이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 해킹부대의 공격능력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오랜 기간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상당히 진보된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미국인 윌 스콧씨가 촬영한 북한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윌 스콧씨 인스타그램 캡처
북한에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미국인 윌 스콧씨가 촬영한 북한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윌 스콧씨 인스타그램 캡처

북한은 전국의 어린 영재를 평양의 금성 1·2중학교(중·고등학교) 컴퓨터영재반에 모아 전문 해커로 양성하고,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에게는 김일성종합대, 김책공업종합대 진학과 함께 부모를 평양에 살게 해주는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우수자들에게는 외국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북한 내 최상류층에 가까운 대우를 제공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2012년 110연구소를 찾아 해커들을 격려한 뒤 ‘전략사이버사령부’를 창설과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후 북한 인민군은 매년 300여 명의 해커를 충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은 노동당 39호실(능라도정보센터), 조선컴퓨터센터(KCC), 당 통일전선부 산하 등에도 사이버 전담 조직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활동했던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해킹은 기술인재와 컴퓨터, 네트워크만 있으면 적군을 공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기술”이라며 “북한이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인력양성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해킹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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