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체제 위협 내용 없어"

 

 

 
 
북한의 저작물이라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이적(利敵)표현물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9)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1991년부터 대한항공에서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면서 2008년쯤부터 해외 종북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에 접속했다. 김씨는 2008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45차례에 걸쳐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한 정부가 미국 식민지라는 등의 내용을 게재하고, 2010년 9월부터는 이 홈페이지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노작' 등 북한 원전(原典) 610건이 저장된 인터넷 웹하드 주소를 게시해 일반인들이 다운로드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 7조는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웹하드의 저작물들이 모두 이적표현물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김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웹하드의 북한 저작물 610건 중 '민요 따라 삼천리' '한용운의 시와 〈님〉' '조선민요의 유래' 등 9편의 저작물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시한 이적표현물 판단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한용운의 시와 〈님〉'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선생이 1926년에 출간한 시집 '님의 침묵', 시인 이상화(1901~1943) 선생이 1926년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아 지은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작품을 사회주의적으로 분석한 해설집이다. 또한 '민요 따라 삼천리'는 전국 각지 민요의 유래 등을 분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일성주의 강좌' '사회변혁론' 등 나머지 601건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적표현물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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