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사 本紙대담… "경원선 지나는 철원·연천 일대는 경기·강원 공동개발이 최선"]
-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은
"DMZ서 천주교 세계청년대회, 동두천~연천 복선전철화 진행… 고양 등엔 개성공단 물류단지"
- 강원도는 어떤 사업 추진하나
"철원에 평화産團 건설… 백두산·금강산·설악산 잇는 '백금설' 관광특구 만들 것"
- 정부 어떤 지원해야 하나
南 "규제 풀고 화해무드 조성", 崔 "市·道에 일정 권한 위임"
남 지사와 최 지사는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소속 정당이 다르지만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DMZ와 관련한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 지사는 "우리 정부가 공격적이고 대담한 대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최 지사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위급 대화를 얘기했는데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남경필 경기지사(이하 남) "김정은 입장에선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적기(適期)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정성을 따지기보다는 좋은 기회로 살려야 한다. 너무 탐색하다 보면 서로 한계를 두게 된다. 상대방이 문을 열었을 때 조금씩 더 열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문순 강원지사(이하 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개혁·개방의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고, 상대가 남한이 돼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남 "그간 북한은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처럼 (개방의) 문을 좀 열었다가 다시 닫기를 반복해 왔다. 이제는 저들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말고, 계속 개혁·개방·협력 쪽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등 주변국의 역할도 극대화해야 한다."
최 "남북이 대화와 타협의 의지가 있으면서도 그동안 잘 안 됐다. 북한의 의사결정 체계가 우리와 달라 공개적으로 협상하기가 힘들다. 막후 협상이나 물밑 접촉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남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가 있다.
최 "미국뿐 아니라 러·중·일 모두 남·북한이 적극 협상에 나서면 따라오게 돼 있다. 근본적인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
남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대담한 대북 접근과 전략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미동맹 및 중국과 신뢰 기반 위에 진행하면 국론 분열과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 "중국과 대만은 선경후정(先經後政), 선이후난(先易後難) 원칙을 갖고 대화를 계속했다. 경제적이고 작은 문제서부터 해결해 나가자."
남 "경제협력과 함께 체육·문화 교류도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엔 평양에서, 하반기엔 경기도에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거의 합의가 됐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북한이 새 블루오션이 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
최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한계에 왔다. 유일한 방법은 남북 교류와 통일을 통해 북한의 젊은 인력을 수혈받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관점을 정치·군사에서 경제로 바꿔야 한다."
남 "저성장의 공포를 일거에 뛰어넘을 새 돌파구가 될 것이다. (통일이 되면) 물류의 획기적인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남·북·중·러가 참여하는 초(超)국경도시는 새로운 미래 비전이 될 것이다."
―경기도나 강원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남 "경기 북부 접경지에 통일 시대 대비한 인프라를 갖춘 '퓨처시티'를 개발할 것이다."
최 "강릉 옥계 제련소에 북한의 마그네사이트와 철광석 등을 가져와 제련한 뒤 북·러에 되파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두산-금강산-설악산을 이어 '백금설' 관광특구도 만들려 한다."
―애로사항도 있을 텐데.
남 "5·24 조치다. 정부가 5·24 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명분을 북한이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북에도 많은 선물이 돌아가 윈윈할 수 있다."
최 "5·24 조치가 가장 큰 걸림돌이고, 크게 봐서는 북핵이다. 조건을 다는 대화 방식은 안 된다. 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건 나중으로 미루자."
남 "독일 인사들이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북한에 주는 걸 너무 아까워 말라'고 했고, 새정치연합 의원에게는 '그냥 주지 말고 대가를 조금씩 요구하면서 지원하라'고 했다."
―DMZ 개발의 현실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나.
최 "DMZ는 외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관광 코스인데 사실상 관광이 불가능하다. 아주 대담한 규제개혁이 있어야 한다. 인프라도 필요하다."
남 "DMZ의 여러 규제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긴장이 얼마나 풀리느냐에 달려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입장은.
최 "금강산 관광은 5·24조치에도 해당 안 되는 순수 민간사업이다. 남북 간 합의만 되면 2개월 내에 재개할 수 있다. 이것부터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북한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
―경원선과 마식령 연계 개발론도 나온다.
최 "경원선은 16㎞만 연결하면 원산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옛날 어르신들이 수학여행 갔다. 가장 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남 "동두천-연천 간 20㎞의 경원선 복선 전철화를 진행 중이다. 정부에서도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에 대한 생각은.
최 "올림픽을 유치할 때 외국인들은 '북에서 포를 쏘면 평창에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그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북한이 꼭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남 "분산 개최는 굉장히 효과적일 것이다. 축구도 좋은 수단이다. 남·북·중·일이 참여하는 4개국 프로리그를 만들자."
―남 지사는 경기 북부에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남 "이곳은 개성공단 배후지다. 동두천, 양주, 포천 일대에 섬유산업이 모여들고 있는데 개성공단과 연계된 것이다. 고양·파주엔 개성공단용 물류단지를 준비 중이다."
―최 지사는 철원 평화산업단지, 동해안 공동어로구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최 "철원 평화산단은 중소기업인들이 먼저 하자고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북한으로부터 어로권을 싸게 산 중국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기 전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나.
남 "규제를 풀고 남북 간 화해무드만 만들어주면 된다."
최 "남북관계를 중앙정부가 너무 독점하고 있다. 시·도지사에게 일정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남 "그동안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앞으로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다. 올 1~2월이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이 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최 "통일을 국가 어젠다로 세우고 '통일대박'이란 용어를 쓴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파를 떠나서 지원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내 (남북관계 진전을) 성사시킬 각오로 해줬으면 한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남 "개헌 논의를 권력구조 개편에만 맞추지 말고 통일 준비 차원에서 넓게 봤으면 좋겠다."
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통일과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개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