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사 本紙대담… "경원선 지나는 철원·연천 일대는 경기·강원 공동개발이 최선"]

-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은
"DMZ서 천주교 세계청년대회, 동두천~연천 복선전철화 진행… 고양 등엔 개성공단 물류단지"

- 강원도는 어떤 사업 추진하나
"철원에 평화産團 건설… 백두산·금강산·설악산 잇는 '백금설' 관광특구 만들 것"

- 정부 어떤 지원해야 하나
南 "규제 풀고 화해무드 조성", 崔 "市·道에 일정 권한 위임"

 
남경필 경기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북한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장이다. 두 지사는 4일 본지의 '통일이 미래다' 기획 시리즈의 일환으로 진행된 신년대담에서 "대북 경제협력 사업과 DMZ(비무장지대) 개발 과정에서 경기도와 강원도가 힘을 합해 통일의 물꼬를 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와 최 지사는 각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소속 정당이 다르지만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DMZ와 관련한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 지사는 "우리 정부가 공격적이고 대담한 대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최 지사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위급 대화를 얘기했는데 진정성이 있다고 보나.

남경필 경기지사(이하 남) "김정은 입장에선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적기(適期)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정성을 따지기보다는 좋은 기회로 살려야 한다. 너무 탐색하다 보면 서로 한계를 두게 된다. 상대방이 문을 열었을 때 조금씩 더 열도록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문순 강원지사(이하 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개혁·개방의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고, 상대가 남한이 돼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간 북한은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처럼 (개방의) 문을 좀 열었다가 다시 닫기를 반복해 왔다. 이제는 저들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말고, 계속 개혁·개방·협력 쪽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등 주변국의 역할도 극대화해야 한다."

"남북이 대화와 타협의 의지가 있으면서도 그동안 잘 안 됐다. 북한의 의사결정 체계가 우리와 달라 공개적으로 협상하기가 힘들다. 막후 협상이나 물밑 접촉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남북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뿐 아니라 러·중·일 모두 남·북한이 적극 협상에 나서면 따라오게 돼 있다. 근본적인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대담한 대북 접근과 전략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미동맹 및 중국과 신뢰 기반 위에 진행하면 국론 분열과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과 대만은 선경후정(先經後政), 선이후난(先易後難) 원칙을 갖고 대화를 계속했다. 경제적이고 작은 문제서부터 해결해 나가자."

"경제협력과 함께 체육·문화 교류도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엔 평양에서, 하반기엔 경기도에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거의 합의가 됐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북한이 새 블루오션이 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한계에 왔다. 유일한 방법은 남북 교류와 통일을 통해 북한의 젊은 인력을 수혈받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관점을 정치·군사에서 경제로 바꿔야 한다."

"저성장의 공포를 일거에 뛰어넘을 새 돌파구가 될 것이다. (통일이 되면) 물류의 획기적인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남·북·중·러가 참여하는 초(超)국경도시는 새로운 미래 비전이 될 것이다."

―경기도나 강원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경기 북부 접경지에 통일 시대 대비한 인프라를 갖춘 '퓨처시티'를 개발할 것이다."

"강릉 옥계 제련소에 북한의 마그네사이트와 철광석 등을 가져와 제련한 뒤 북·러에 되파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두산-금강산-설악산을 이어 '백금설' 관광특구도 만들려 한다."

―애로사항도 있을 텐데.

"5·24 조치다. 정부가 5·24 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명분을 북한이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북에도 많은 선물이 돌아가 윈윈할 수 있다."

"5·24 조치가 가장 큰 걸림돌이고, 크게 봐서는 북핵이다. 조건을 다는 대화 방식은 안 된다. 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건 나중으로 미루자."

"독일 인사들이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북한에 주는 걸 너무 아까워 말라'고 했고, 새정치연합 의원에게는 '그냥 주지 말고 대가를 조금씩 요구하면서 지원하라'고 했다."

―DMZ 개발의 현실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나.

"DMZ는 외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관광 코스인데 사실상 관광이 불가능하다. 아주 대담한 규제개혁이 있어야 한다. 인프라도 필요하다."

"DMZ의 여러 규제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긴장이 얼마나 풀리느냐에 달려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입장은.

"금강산 관광은 5·24조치에도 해당 안 되는 순수 민간사업이다. 남북 간 합의만 되면 2개월 내에 재개할 수 있다. 이것부터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북한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

―경원선과 마식령 연계 개발론도 나온다.

"경원선은 16㎞만 연결하면 원산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옛날 어르신들이 수학여행 갔다. 가장 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동두천-연천 간 20㎞의 경원선 복선 전철화를 진행 중이다. 정부에서도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에 대한 생각은.

"올림픽을 유치할 때 외국인들은 '북에서 포를 쏘면 평창에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그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북한이 꼭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분산 개최는 굉장히 효과적일 것이다. 축구도 좋은 수단이다. 남·북·중·일이 참여하는 4개국 프로리그를 만들자."

―남 지사는 경기 북부에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겠다고 했는데.

"이곳은 개성공단 배후지다. 동두천, 양주, 포천 일대에 섬유산업이 모여들고 있는데 개성공단과 연계된 것이다. 고양·파주엔 개성공단용 물류단지를 준비 중이다."

―최 지사는 철원 평화산업단지, 동해안 공동어로구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철원 평화산단은 중소기업인들이 먼저 하자고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북한으로부터 어로권을 싸게 산 중국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기 전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나.

"규제를 풀고 남북 간 화해무드만 만들어주면 된다."

"남북관계를 중앙정부가 너무 독점하고 있다. 시·도지사에게 일정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그동안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앞으로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다. 올 1~2월이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이 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통일을 국가 어젠다로 세우고 '통일대박'이란 용어를 쓴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파를 떠나서 지원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내 (남북관계 진전을) 성사시킬 각오로 해줬으면 한다."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개헌 논의를 권력구조 개편에만 맞추지 말고 통일 준비 차원에서 넓게 봤으면 좋겠다."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통일과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개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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