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불교·천주교 주요 계획]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시작 - 불교 개혁 위한 난상 토론 벌여
천주교 서울대교구 '화해미사' - 명동·평양 성당, 동시 미사 20년

 

2015년 벽두 종교계의 화두는 통일 준비와 자성(自省)이다. 조계종은 '100인 대중공사(大衆公事)'를 벌여 이 시대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6일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올리며 평화통일을 기도한다.

북한 성당 한 곳씩 靈的 결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한다. 지난해 5월 염 추기경이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도 '관할 구역 사목 방문'이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이하 화해미사)'는 올해로 만 20년, 6일 미사는 꼭 1000회째다. 1995년 3월 7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첫 미사를 드린 이래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화해미사'를 올려 왔다. 95년 당시 북한 조선카톨릭협회와 매주 화요일 명동성당과 평양 장충성당에서 동시에 화해미사를 드리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미사 마지막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이란 문구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빠짐없이 봉헌해 왔으며 실향민과 북한 출신 성직자, 수도자들도 참석해왔다. '화해미사'는 2000년까진 정진석 추기경 등 교구장과 주교들이, 그 후로는 그해에 새로 서품된 사제들이 집전했다. 서울대교구가 남북문제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5년 김수환 추기경이 집전한 제1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1995년 김수환 추기경이 집전한 제1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6일 미사에선 서울대교구 초대(初代) 민족화해위원장이었던 최창무 대주교가 강론하고 유경촌 주교, 대북 활동을 활발히 하는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 등이 참석한다. 서울대교구 민화위는 이번 미사를 계기로 '영적(靈的) 신자운동'을 벌인다. 6·25 이전 북한 지역에 남아 있던 54개의 성당과 남한 신자를 영적으로 결연하자는 운동이다.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대교구 147만 신자 하나하나가 북한 성당 한 곳씩에 영적으로 속하자고 선포할 계획이다. 북한 선교와 통일에 대한 사전 포석이자 종교 자유가 없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다.

"불교,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불교 조계종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에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이하 대중공사) 출범식을 갖고 이날부터 토론을 시작한다. 주제는 따로 없다. 조계종, 넓게는 우리 불교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포괄적으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타하자는 것이다. 참가 범위는 교구본사 주지, 선승(禪僧), 비구니, 시민단체에 문을 열었고, 마치는 시한(時限)도 정하지 않았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를 기치로 건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기념한 2007년 법회 모습. 조계종은 이 시대 불교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 대중공사를 벌인다. /채승우 기자
‘부처님 법대로 살자’를 기치로 건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기념한 2007년 법회 모습. 조계종은 이 시대 불교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 대중공사를 벌인다. /채승우 기자

조계종에서 이런 자성의 움직임은 지난 2007년 '봉암사 결사(結社) 60주년 기념대법회' 때 있었다. 당시 변양균·신정아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던 조계종이 '부처님 법(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한국 현대 불교의 새 전통을 세운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맞아 거듭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2012년 재선에 나서면서 이 같은 '대중공사'를 공약했고, 이번에 현실화되는 것이다.

조계종은 천주교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요한 23세 교황의 발의로 1963~1965년 전 세계 추기경, 주교, 사제, 평신도가 토론을 벌여 미사 형식을 비롯해 가톨릭의 거의 모든 것을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