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흡수통일의 두려움 드러낸 것"]

- "제도 통일 추구 말라" 언급
"상대방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저기서 동족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 그만둬야"
겉으론 핵실험 등 공세지만 北 내부체계 흔들린다는 불안감 보여주고 있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남한이 '제도 통일'(흡수통일)을 추구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공개적으로 '제도 통일'이 언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이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이날 통일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가 가장 우월하지만, 결코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하지 않으며 강요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남조선 당국은 북·남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 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방의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은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하면서 체제 대결을 추구하지 말고, 조국 통일 문제를 민족 공동의 이익에 맞게 순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남북 간) 대화,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남북 간) 대화,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해 간헐적으로 우리의 통일 정책에 대해 '제도 통일'이라고 비난해 왔는데, 이번엔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그 말을 했다"며 "겉으로는 핵실험 등을 통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만큼 흡수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흡수통일 추구'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평양서 신년맞이 불꽃놀이 - 북한이 1일 새해를 맞아 평양 대동강변에 있는 주체사상탑 일대에서 ‘주체 104년 2015년 축포 발사’라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조선중앙TV는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세계가 두려워하는 강성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AP 뉴시스
평양서 신년맞이 불꽃놀이 - 북한이 1일 새해를 맞아 평양 대동강변에 있는 주체사상탑 일대에서 ‘주체 104년 2015년 축포 발사’라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했다. 조선중앙TV는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세계가 두려워하는 강성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했다. /AP 뉴시스

김정은은 또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 대로 조국통일 문제를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 관계에서 대전환·대변혁을 가져 와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회주의 통일을 하자'고 지속적인 언급을 했던 김일성과 달리, '제도 통일은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한 김정은의 모습에서 북한 내부 체제가 흔들리고 주민들의 당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묻어난다"고 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이와 함께 노동당의 유일 영도체계 확립도 강조했다. 그는 "노동당 창건 70년을 맞는 올해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끊임없이 심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사상(思想)을 틀어쥐고 사상 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며 "위대성 교양과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신념 교양, 계급 교양, 도덕 교양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을 앞세워 군과 주민들을 통제하고 사상 교육과 내부 관리 강화를 통해 김정은 체제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국방력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김정은은 "무력 건설과 국방력 강화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며 "훈련의 질을 높이는 데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고 군대의 복지 사업에서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또 "병진 노선을 관철하여 군수 생산의 현대화·과학화를 다그치며 최첨단 무장 장비들을 적극 개발·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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