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의혹을 추가로 발표함에 따라 일·북한 관계가 또다시 냉각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12일, 경시청이 지난 1983년 유럽에서 행방불명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당시 23세)가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과 관련, “가족들 마음은 아프다. 정부로서는 문제 해결에 계속해서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의지를 기자들에게 밝혔다.

정부 대변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아리모토씨에 대해서는 91년부터 북한에 조사를 요청해왔다”며 “앞으로도 북한측의 진지한 대응을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시청은 11일 “지난 1970년 일본 여객기 요도호 납치 사건에 가담했던 적군파 범인의 전처(46)로부터 아리모토를 유인해 북한 공작원에게 넘겨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하고,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 여성은 경찰에서 자신이 “북한 외교관의 지시로 아리모토 납치에 직접 가담했다”고 진술했으며 ‘김유철’이라는 이 외교관은 북한 공작원으로 보인다고 교도(共同)통신은 전했다. 이로써 일본 정부가 인정한 북한에 의한 납치 의혹 사건은 8건 11명으로 늘어났다.

피랍 일본인 가족들로 구성된 ‘피해자 가족 연락회’가 해외에서의 납치 의혹을 줄곧 제기해 왔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외 피랍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관련 무라이 진(村井仁) 국가공안위원장은 12일 “관계자들이 상당히 상세한 증언을 하고 있어, 북한의 납치 의혹이 짙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고베(神戶)시 외국어대를 졸업한 직후인 82년 4월 영국으로 건너가 어학원에 다니던 아리모토는 귀국예정일인 83년 8월 9일 “귀국이 늦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전보를 가족에게 보냈고, 10월 중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보낸 마지막 편지를 끝으로 연락이 끊어졌다.

그 뒤 88년 9월 스페인 여행 중에 행방불명됐던 일본인 남성 두명이 “아리모토와 함께 3명이 평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편지를 아리모토 가족에게 보내왔고, 이 때부터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작년말 조총련계 조긴(朝銀) 신용조합에 대한 일본 당국의 대대적 수사와 12월 말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사건으로 경색된 일·북관계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더욱 차가와질 것으로 보인다.
/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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