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 '내 책은 우수 도서' 강변, 北 찬양 책에 '훈장' 준 문체부
취소 규정 없다며 아직도 방치… 도서관들에 '종북 책' 비치돼
左편향 문화 시정하는 기관이 오히려 종북 宿主 노릇 한 셈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박정훈 디지털 담당 부국장
대다수 국민이 통합진보당 해산을 지지한 데는 '내가 낸 세금으로…'라는 심정이 컸을 것이다. 지금까지 통진당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163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소속 의원 5명에게 세비(歲費)와 활동비가 지원되고, 보좌관 월급을 비롯한 여러 가지 명목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그들이 원내(院內) 정당과 국회의원 자격으로 누린 비(非)금전적 특권 역시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통진당과 소속원들이 북한을 찬양하든 대한민국을 비방하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낸 세금으로 그들의 금고(金庫)를 채워줄 순 없다는 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종북(從北)을 하려거든 국가에 기생(寄生)하지 말고 민간인 신분으로 제 돈 써가며 하라는 것이다. 통진당 사건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가 체제가 종북 정당의 '숙주(宿主)'로 이용당해 온 모순에 경악했다.

현재 진행형인 또 하나의 모순이 있다. '종북 토크쇼'로 논란을 빚은 재미 교포 신은미씨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신씨는 "내 책이 우수 도서인데…"라고 항변했다. 자신이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북한 방문기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된 것을 가리킨 것이다. 신씨는 책에 썼던 내용을 토크쇼에서 반복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우수'하다고 공인한 내용을 말했는데 왜 북한을 찬양·고무한 죄(罪)가 되느냐는 것이다.

신씨의 항변은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6월 신씨 책을 포함한 19종을 수필 분야 우수 도서로 지정하면서 국가 공인 훈장을 달아주었다. 이젠 잘 알려진 대로 그녀의 책은 사실까지 왜곡하며 북한 정권의 선전을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이다.

'북한에선 병역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란다. 지원제를 택했단다.'

'(탈북하다 잡혀도) 대부분 경고 정도를 받을 겁니다. 오히려 처벌이 너무 가벼워서….'

'북한 정권과 주민은 별개가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였다.'

경쾌한 문장이 이어지는 신씨 책은 여행 수필로는 그런대로 괜찮은 작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문인과 출판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우수 도서로 선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나서 널리 읽도록 권장할 대상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읽힐 책은 더더욱 아니다.

작년부터 탈북자들은 이 책이 "북한 주민의 고통은 외면하고 정권만 미화했다"고 비판해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책을 바탕으로 한 신씨 토크쇼가 '종북 콘서트'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은 '종북'이라는데 문체부는 '우수 도서'라고 한다. 대통령이 옳은가, 문체부가 옳은가.

문체부는 자기네가 우수 도서 선정을 한 게 아니라고 발뺌한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라는 민간단체에 위탁해 선정된 것을 그대로 시행했다는 것이다. 문체부에 최소한의 거르는 장치조차 없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건 그렇다 치자. 책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후에도 문체부는 여전히 팔짱만 끼고 있다.

문체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우수 도서 취소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 위반과 우수 도서 선정은 별개의 문제다. 친북(親北) 편향성에 가득 찬 이 책이 온 국민에게 읽도록 장려되는 부조리한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방치하겠다는 얘기인가.

문체부는 지난해 우수 도서로 지정된 신씨 책을 1000여권 구입해 전국 도서관 등에 배포했다. 내가 낸 세금이 종북 편향 책의 보급·확산에 쓰인 셈이다. 지금도 지역 도서관이나 아동청소년센터엔 문체부가 꽂아준 신씨 책이 진열돼 있다. 서점에서도 이 책은 정부 추천 도서라는 인증을 단 채 팔린다.

안 그래도 문체부의 우수 도서 선정은 "좌(左)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엔 '이승만 세 쪽, 김일성 수십 쪽' 분량의 항일 역사서가 우수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출판 권력이 좌파에 장악된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문체부는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할 주체다. 그런 문체부가 시정은커녕 좌파들의 반(反)대한민국 놀음에 함께 춤추고 있다.

궁색해진 문체부의 해명이 더욱 가관이었다. 한번 우수 도서로 선정되면 이를 취소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제도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 바로잡으면 되지 않는가. 영혼 없는 관료들이 종북을 확산시킨다. 종북의 씨앗을 차단하기는커녕 온 나라에 전파하는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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