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다국적 도시 만들자] [上] 국가건축委 보고서

두만강은 유라시아 길목, 사상 첫 국가간 연합 도시
北 개발·개방수준 끌어올려 北경제 대약진 기폭제 될것
동북 3성·극동도 함께 개발… 동북아 번영과 평화 촉진

두만강 다국적 도시 건설 계획 등을 담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한반도 희망 프로젝트’ 책자와 보고서. /김지호 기자
두만강 다국적 도시 건설 계획 등을 담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한반도 희망 프로젝트’ 책자와 보고서. /김지호 기자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마련한 '두만강 다국적 도시' 개발안은 북한에 경제 발전과 개방을 향한 물꼬를 터주고 남·북·중·러·일이 경제적 과실(果實)을 나눠가질 수 있는 '동북아 윈윈(win-win) 프로젝트'다. 북·중·러 접경 지역에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참여하는 산업·에너지·물류 중심 도시와 국제 자유경제특구를 만들어 남북 통합과 유라시아·환태평양 시대를 앞당기는 허브로 만들자는 취지다.
 


◇두만강은 동북아·유라시아의 관문

두만강 하구는 한국·미국·일본·동남아 등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유라시아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이자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EU 등 유라시아 국가들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출구이기도 하다.

두만강 다국적 도시의 배후 항구인 굴포항은 수심이 깊고 겨울에도 얼지 않아 20만t급 이상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을 지니고 있다. 또 이곳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만주횡단철도(TMR),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만나는 곳이다.

러시아·유럽·동북 3성에서 철도를 통해 수송되는 화물·자원·에너지가 남북한과 일본 등지로 갈 수 있고, 한국·일본·중국의 생산품이 이곳을 거쳐 러시아·중앙아시아·유럽으로 수출될 수 있다. 다국적 도시를 통해 러시아의 에너지와 중국의 자원·농산품, 북한의 노동력, 한국과 일본의 자본·기술이 결합될 수 있다. 따라서 다국적 도시가 조성될 경우 동북아 교역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사상 첫 국가 간 연합 도시라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北 개발·개방의 촉매제

두만강 다국적 도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을 한두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은 그동안 경제특구나 개발구를 20여개나 지정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와 함께 다국적 도시를 추진할 경우 한국·일본·EU 등의 자본까지 들어갈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 북 나진·선봉 특구는 가장 먼저 그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북한의 경우 국토 전체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데 두만강 하구가 전략적 요충지"라며 "다국적 도시를 만들면 북한 경제는 퀀텀점프(quantum jump·대약진)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두만강 도시 개발에 대해 "투자 대비 효과가 크고 북한 정권의 거부감도 덜해 유망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다국적 도시가 개발되면 북한은 외화 유입과 일자리 창출, 대외 신인도 상승, 다른 특구와 연계 개발 등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며 "북한이 자본주의경제와 한국·중국의 발전 모델을 학습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홍콩·마카오가 중국·동남아 경제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처럼 두만강 다국적 도시도 북한 전역과 동북 3성, 극동 러시아에 그런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경제 규모가 작은 북한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동북 3성과 극동도 동반 개발

두만강 다국적 도시는 중국과 러시아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중국은 철강·농식품 산업 기지와 수출 기지를 얻고, 러시아는 동북아 에너지 수급망을 완성할 수 있다.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북·중·러가 함께 두만강 도시를 만든다면 동북 3성과 극동 개발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은 동북아의 경제적 번영과 평화를 촉진시키는 핵심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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