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해킹에 사이버戰 불사… 세계 최악 위험인 북한과 從北에 느슨한 사회에 警告
엄중한 상황서 權府 내분과 타협 없는 사회 갈등은 계속… 대통령은 答 알고 있지 않나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결정의 내용 못지않게 그 타이밍이 중요했다. 북한의 대남 자세는 김정은 체제 3년을 계기로 더욱 방자해졌고 우리 사회는 대북문제에서 점차 끈이 풀리는 듯한 현상을 보이고 있던 차에 헌재의 결정은 남북 모두에 경각심과 경계심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김정은 체제는 이제 국지적 무력 도발의 차원을 넘어 사이버전(戰)에서 우리의 기간(基幹)을 파괴하려 하는 데까지 치닫고 있다. 우리의 정보망을 무력화하고 원자력발전소까지 해킹하고 있다. 그것은 정말 우리나라에 가공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소니사(社)가 김정은을 풍자한 영화 '인터뷰'를 상영하려 하자 소니와 극장 등을 사이버 협박해 영화 상영을 포기하게까지 만들었다. 북한은 유엔이 북한의 인권 탄압을 정면으로 제재하려 나서자 핵실험 위협 등 극단적인 수단으로 저항하고 있어 북한은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로도 전이(轉移)되고 있다. 친북(親北)·종북(從北) 세력은 공공연하게 지상(地上)으로 부상해 여기저기서 우리 체제를 시험하고 있다. 지하에 머물렀던 통진당 등 종북 집단이 우리 헌법기관에 진출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이석기 일당은 체제 전복의 활동을 표면화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차제에 '황선·신은미'조(組)가 등장해 정면으로 대한민국을 휘젓고 있다. 이들 종북 집단은 "대통령을 면담하자"고 달려들고, "박근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호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기고만장이다. 대한민국은 이 정도로 깔보이고 얕보였다.

대북 전단 살포와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건(件)도 우리의 물렁물렁한 속살을 내보이는 사건이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북한 체제와 '존엄'을 자극하지 말자거나 '북한 자극'이 우리 주민 일부에게 위협으로 되돌아온다는 등의 이유로 대북 심리전까지 시비를 거는 상황에 왔다. 남·북 노동자 축구와 5·24 조치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축구대회 환영 플래카드에 '5·24 해제'가 버젓이 올라와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우리 국내에서는 미국이 이제 북한과도 관계를 개선하기 바라는 주문과 요구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하지 말고 북한의 핵을 장기적으로 보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북핵을 기정사실화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이제까지 십수 년간 지속된 우리 안보의 근간에 관한 문제를 북측의 아무런 선제적·선행적 조치 없이 우리 쪽에서 먼저 족쇄를 풀어주자는 소리로 들린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대북문제에서 수용적이거나 후진적이거나 피곤함을 느끼면서 북한에 관련된 끈을 늦추거나 풀어주는 추세에 있고, 북한은 이것을 극도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바로 이런 국내적 분위기에서 나왔다. 국민에게 북한에 대한 느슨한 대응을 경계하는 알람벨 같은 것이며, 우리 체제를 깔보고 덤벼드는 종북 세력에 울리는 경종이다.

전(前) 통진당 잔존 세력이 발악하는 것은 예상했던 대로다. 자유가 어떻다느니, 독재가 어떻다느니 하지만 대한민국만큼 늘어질 정도로 방만하고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미국도 나라의 안보를 해치는 일이면 고문도 하고, 도청도 하고, 추방도 한다. 그것을 국민이 용납한다. 우리는 분단된 채 이념적 대치 상황에 있는데도 관련자를 고문했다 하면 정권이 넘어가고, 도청했다 하면 정치가 마비되는 나라다.

여기에다 대외적으로 우리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정체 상태이고 개선될 전망은 어둡다. 중국은 일본·미국과 점차 소원한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십분 저들에 유리하게 이끌어가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종속적으로 다루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엄중한 국내외적 상황으로부터 눈을 청와대 쪽으로 돌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세상은 어렵게 돌아가는데 우리 권부(權府)는 '비서들의 싸움'에 휘말려 있고, 사회의 갈등 구조는 조금도 타협의 기미가 없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소통 부재(不在)의 대통령은 '집안싸움'을 검찰에 맡기고 자신은 '나랏일'에 전념한다며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 대통령은 빨리 사태를 접고 국민의 관심과 나라의 시선을 전면(前面)으로 돌려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답(答)은 나와 있다. 수많은 사람이 수없이 조언하고 당부하고 요구해온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대통령이 잘 알 것이다.

대통령이 매듭을 풀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는 온 나라에 퍼질 것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모처럼 국민이 내쉬는 안도의 숨소리를 박근혜 대통령은 놓치지 말고 포착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고, 그것이 그가 노심초사하는 '나랏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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