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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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앓고 있는 20대 미국인이 북한에 들어가 14일 평양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에 불법 입국했다고 주장하는 이 미국인은 지난달 8일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방북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 2명을 데리고 나온 지 이틀 만에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과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자란 아르투로 마르티네스(29)는 이날 오전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한강을 건너 입북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중국 단둥의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왔다"면서 "불법 입국한 죄를 인정한다. 상응하는 처벌이 면제된 것과 북한 당국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양복 차림의 마르티네스는 기자회견을 자신이 요청했다면서 “이라크전을 벌인 미국 정부는 마피아나 다름없으며, 미국의 선거제도는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면서 미국 체제를 비난했다.

CNN은 마르티네스가 북한 기자로 보이는 여러 명이 앉아있는 회의실에서 성명서를 낭독하는 영상과 사진을 함께 내보냈다. CNN은 북한이 성명을 통해 “마르티네스가 클래퍼 국장 방북 이틀 후에 입국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마르티네스가 현재 구금 상태는 아니며 베네수엘라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마르티네스의 어머니 패트리샤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조울증을 앓고 있으며, 과거에도 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려다 적발돼 미국으로 돌아온 후 캘리포니아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밝혔다.

그의 어머니에 따르면 마르티네스는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인터넷 대출을 받아 중국행 비행기표를 샀다는 얘기를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들은 매우 지적이다. 중남미 출신을 보호하고 싶어했고 세계와 인류를 걱정했다"면서 "아들이 무사해 기쁘고 안심된다. 북한이 아들을 사면하고 풀어준다니 성탄절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마르티네스의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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