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국군포로 이강산(1996년 북에서 사망)씨의 북측 가족이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신병이 인계됐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의 남측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지난 10월 31일 "국가가 가족들에게 29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이 국군포로 가족의 강제 북송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씨의 손자·손녀·며느리 등 북한 가족 3명은 탈북한 이후인 지난 2006년 10월 11일 중국 주(駐)선양 총영사관 측에 신병이 인계됐으나, 영사관 측은 이들을 영사관이 아닌 인근 민박집에 투숙시켰다. 이 민박집에는 이씨의 북한 가족 3명 외에 또 다른 국군포로 2명의 북한 가족 6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이 갑자기 들이닥쳐 이씨의 손자 등 국군포로 가족 9명을 모두 체포했다. 이들은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으로 이송돼 그해 10월 하순 모두 북송됐다. 이씨의 손자는 북송되기 전 영사관에 보낸 편지에서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서 보낸다. 저의 살 길은 할아버지의 고향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한국 정부의 도움을 호소했다.

국군포로 이씨의 동생 이강복(78)씨는 "중국까지 가서 직접 영사관 측에 가족의 신병을 넘겼는데, 영사관 측이 위험한 민박집에 가족들을 머물게 해 북송됐고 이후 생사조차 알 수 없다"며 "정부 당국자들은 '언론이나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면 가족들의 신상이 위험하고 재탈북도 어려워지니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정부 측 변호를 맡은 정부법무공단은 "탈북민의 송환 업무는 우리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서 이뤄지는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국군포로 가족들의 국내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정부에 국가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며 "시효도 이미 지났다"고 했다. 정부가 이의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내년 1월 22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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