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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서 여는 北자유주간… 통일도 가까워지겠죠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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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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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북한 자유주간' 주도 김주일씨]

영국 이어 벨기에·프랑스로 확대… 12일까지 영화·청문회 등 행사, 런던에선 북한대사관 앞 시위도
2년간 필사의 탈출 끝 영국 도착… 北인권 실상, 유럽까지 알려 보람

   
▲ 런던=문갑식 선임기자
영국 런던 군너스버리에 탈북자 20여명이 모였다. 그들은 얼음이 담긴 양동이에 발을 담궜다. 압록강·두만강을 건널 때의 차가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북한은 반성하라"고 외쳤다. 이어 박지나 런던대학 한인 대표가 '북한인권선언문'을 낭독했다. '북한 주민의 살 권리를 보장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마지막으로 풍선 12개가 하늘로 날아갔다. 한국서 온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준비한 것이다.

이 조용한 주택가에 지난 8일 탈북자들이 모인 이유가 있다. 이날부터 한 주일간 계속된 '유럽 북한 자유주간(週刊)' 행사를 주영(駐英) 북한대사관이 있는 골목에서 시작한 것이다. 현학봉 대사 등 4명의 북한 공관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유럽 북한 자유주간 행사는 2012년 '영국 북한 자유주간'으로 시작됐고, 2013년 범위를 넓혀 '유럽 북한'으로 이름을 바꿨다. 8일 북한대사관 앞 행사에 이어 9일엔 국제사면위원회에서 북한인권영화 '48미터'가 상영됐다. 48미터는 북한 압록강과 중국 간 가장 짧은 거리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뜻한다. 민백두 감독이 2012년 만든 작품으로, 그도 이번에 참가했다. 이어 내일(12일)은 영국 상·하원 청문회와 트래펄가 광장에서의 사진전이 열린다.

행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진다. 12일 벨기에 유럽연합(EU)청사 앞, 14일 프랑스 장로교회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린다. 한인 밀집 지역인 영국 뉴몰든에선 '탈북민과의 만남 토크'도 예정돼 있다.

현재 유럽의 탈북자는 1200여명이다. 영국이 600여명으로 가장 많고 독일·프랑스·벨기에에 퍼져 있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이들을 제외한 탈북자들은 '북한인권개선'에 열심이다. 그 중심 단체가 재영조선인연합회다. 2008년 5월 창설돼 이번 유럽 북한 자유주간 행사의 산파역을 맡은 이가 김주일(42) 사무총장이다. 강원도 철원의 북한군 5군단 포병대위였던 그는 2005년 8월 회령(會寧) 쪽 두만강을 넘어 죽음의 땅을 빠져나왔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6개월간 구걸로 연명했다. "여자는 유흥업소라도 취직할 수 있지만 남자는 까딱하면 굶어 죽어요. 거지도 깨끗해야 동냥을 얻을 수 있더군요. 잘 때도 뭐 묻을까 봐 옷을 뒤집어 덮었지요." 겨우 식당 접시닦이로 취직해 마련한 미화 200달러를 들고 그는 중국 대륙을 종단(縱斷)해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의 탈출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세 차례나 베트남군에 붙잡혔다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 영국에서‘유럽 북한 자유주간’행사를 펴고 있는 탈북자들이 뉴몰든 사무실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서 셋째가 행사를 주관한 김주일 재영조선인협회 사무총장, 그 왼쪽이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다. /문갑식 기자

"캄보디아·베트남 국경은 오토바이만 다니는 좁은 도로입니다. 양쪽은 수렁이라 발을 디딜 수도 없고…. 밀수범들이 50달러 받고 건네주는데 두 번은 체포돼 캄보디아로 돌아왔고 마지막에는 베트남 감옥에 갇혔어요."

이틀 갇혀 있는데 베트남군 당번병이 가로세로 40㎝ 정도인 배식구(配食口)를 안 닫고 잠에 빠졌다. 김주일은 배식구 옆 쇠파이프 하나를 뽑았다. 빼앗긴 미화 200달러를 찾으려고 책상을 뒤졌더니 권총이 있었다. 그걸 들고 달리자 뒤늦게 깨어난 베트남군이 총을 찾으려 끝까지 쫓아왔다. 영화 같은 도주 끝에 태국 국경을 넘어 난민(難民) 신청을 했고, 2007년 10월 마침내 영국에 올 수 있었다. 왜 영국이었을까.

"북한은 미국은 철천지원수로 보는데 영국엔 우호적입니다. 유엔상임이사국인 데다 대미(對美) 관계에 이용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영국을 택한 건 북한에서 본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6·25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남한으로 파견된 기자(記者) 출신 북한 공작원 이야기다. "영화에서 미군은 '악마'처럼 나오는데 '루이스'라는 영국군 장교는 북한에 아주 우호적인 역할로 나왔어요."

영국 온 지 1년 만에 비자를 받았으니 탈북에 3년 걸린 셈이다. 그는 비자를 받자 재영조선인연합회 창설과 '프리엔케이(FNK)신문' 창간에 매진했다. 북한 내부의 참상을 알리는 신문이다.

"북한에 대한 영국인의 기억은 1966년 월드컵축구 때 북한이 8강에 진출했던 것밖에 없었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김주일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11일(한국 시각 12일 자정) 영국의회에서 열리는 상·하원 합동 북한 청문회라고 했다. 김주일과 이민복 단장, 탈북 장애인 출신 운동가인 지성호가 참석할 예정이다. "상원의원 알턴 경(卿)과 피오나 부르스 하원의원에게 호소한 성과입니다. 실상을 하나라도 더 알려야지요. 북한 자유주간 행사가 그동안은 한국과 미국서만 열렸는데 유럽에서도 훈풍(薰風)이 불면 그만큼 통일이 앞당겨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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