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관계 여전한 불안정성 및 고립 증대...내치는 나름의 성과

오는 17일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3년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김정일 사후 북한 미래 전망은 곧 체제 불안과 변화 가능성을 아우르는 김정은에 대한 전망과 궤를 같이했다.
김정일 사후 3년으로 사실상 '탈상'하는 이 시점의 '김정은의 북한'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등을 전망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노동신문) 2014.11.5/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노동신문) 2014.11.5/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불거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는 후계 문제의 불안정함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당시 후계자로 지목돼 공식적인 활동은 하고 있었지만 2010년 인민군 대장,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을 한꺼번에 꿰차며 등장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업적을 내세울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오랫동안 정치수업을 받았던 김 국방위원장과 달리 자신의 '측근'이라 꼽을만한 어떤 세력의 존재 여부도 가늠키 어려웠다.

무엇보다 2011년 당시 28~9세 가량으로 추정되던 어린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상당수의 국내외 전문가들도 김정은이 선대와 같이 압도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단정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김정일 시대 각기 권력을 누리며 자신만의 세를 확정한 실력자들에 의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이 같은 부분을 의식이라도 한 듯이 김 제1비서는 집권 직후부터 강력한 인사조치를 통해 조직관리에 나섰다.

김 제1비서의 대표적 인사조치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당시 운구차를 이끈 7인방에 대한 숙청이 꼽힌다.

당시 군 총참모장이었던 리영호를 비롯해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장례식 이후 군 고위직에서 모두 물러났으며 김정각을 제외하곤 모두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군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는 수시로 단행됐다.

반복되는 강등과 진급, 좌천과 복직에 나중에는 우리 정부 역시 북한 군 장성들의 별의 개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최룡해 당 비서와 황병서 총정치국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 시대 실세들의 면면은 서서히 드러났다. 동시에 바깥 세상의 김정은 권력 공고화에 대한 의심도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물론 급격하고 잦은 인사조치는 큰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장성택의 처형이 그 예다.

지난해 12월 전격 처형사실이 발표된 장성택은 김정일 시대부터 2인자로 평가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려 온 인물이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당 비서의 남편으로서 김정은에 대한 후견인으로까지 평가받으며 그 위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그 세력의 깊은 뿌리를 뽑아내려한 진의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으나 이후 북한의 대대적인 간부들에 대한 숙청 및 처형 조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권 후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던 김정은 체제에 대한 대외적 평가는 물론 내부적 민심도 다시 굴곡을 보였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불어 집권 초기 제3차 핵실험에 이어 대표적 '중국통'이던 장성택의 처형으로 시진핑 체제 중국의 깊은 불신을 산 점은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상처로서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또 북핵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서 언급했음에도 국제적으로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점, 올들어 유엔을 통해 제기된 인권 문제로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외관계에서 북한의 입지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반면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올들어 남북관계 분위기 개선 마련 필요성 언급, 이산가족 상봉, 인천 아시안게임의 선수단 파견 및 황병서 등 고위급 인사들의 대거 방남 등 대남관계에서는 나름의 선제적 조치들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나름대로의 내치(內治)를 위한 행정적 조치들도 시간이 갈 수록 상당 부분 정착되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과학자들에 대한 주택 건립 등의 복지, 군에 대한 물고기 공급,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위락시설 건설을 지시한 뒤 직접 현지지도를 통해 이를 챙기며 애민(愛民) 정치 행보를 강화했다.

동시에 현지지도 현장에서도 선대에 비해 활기차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연출하며 젊고 자신감 넘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썼다.

실제 국내 연구기관들의 탈북민 상대 연구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도 자체는 여전히 50%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정부 역시 최근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권력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강화됐다는 판단을 최근 내린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3주기로 올해 '탈상'하는 김정은이 향후 본격적인 '마이 웨이'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는 내년 북한이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의 반열로 올리면서 새로운 권력 체계를 구성해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해 내년도 북한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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