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믹 영화 '인터뷰'를 만든 소니픽처스 영화사에 대한 대규모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것에 대해 북한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고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3일 “북한을 소니 해킹에 결부시키는 것은 우리를 향한 또 하나의 조작”이라며 “북한은 이미 해킹과 해적판 등을 금지하는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공약했고 이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고 VOA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과의 연관성이 불확실하니) 소니 영화사도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하고 나섰다고 VOA는 전했다.

앞서 소니픽처스는 지난 24일 사이버 공격을 받아 내부 전산망이 다운되고, 이어 30일에는 4편의 영화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등 대규모 해킹을 당했다. 미 IT(정보기술) 전문매체인 '리코드'는 소니픽처스 측이 미 연방수사국(FBI)·국토안보부 등 관계 당국과 함께 북한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BI가 이번 해킹 수법이 지난해 한국 방송사·ATM 해킹 때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 ‘인터뷰’는 김정은 암살을 다룬 것으로 성탄절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월 이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주권국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는 내용의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미국이 허가한 것은 ‘명백한 테러 지원이자 전쟁 행위’”라며 “만일 미 정부가 영화 상영을 묵인·비호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단호하고 무자비한 대응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4일 소니영화사의 컴퓨터 시스템은 ‘GOP(평화의 수호자· Guardians of Peace)’라고 주장하는 해커에 의해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해커들은 공격 이후 “소니영화사 전산망에서 빼낸 기밀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해킹으로 영화 ‘퓨리’ 등 소니 영화사의 영화가 해적 영화 온라인 사이트에 대거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브래드 피트의 영화 ‘퓨리’는 해킹 이후 지금까지 88만회나 불법 다운로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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