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송지영(왼쪽)·이순실씨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황선씨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탈북 여성 송지영(왼쪽)·이순실씨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황선씨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탈북여성 5人 "신은미·황선 끝장토론하자"]

"재미 교포 관광객 오면 한달간 수업 중단하고 연습
'평양 원정 출산' 황선씨는 최상류층 이용 평양산원… 난 보일러실서 몸 풀었다"

5명의 탈북 여성이 '종북(從北)콘서트' 논란을 빚은 신은미(53)· 황선(40)씨를 상대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들은 "신씨·황씨가 그렇게 북한에 대해서 잘 안다니 북한에서 직접 살다가 목숨을 걸고 탈출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북한의 인권·정치·경제·문화 등 아무 주제라도 상관없으니 어떤 것이 진실한 북한의 모습인지 가려보자"고 말했다.

2002~2007년 사이 탈북한 이순실(46) 김정아(39) 송지영(36) 한선화(29) 김진옥(29)씨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서 놀다 온 그대들(신은미·황선)은 그곳이 그리 좋으면 짐 싸들고 평양에 가서 2년만 살아보라. 그러면 이 꽃제비 엄마의 절규를 그곳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실씨는 "신씨·황씨가 편한 시간과 장소를 맞추면 우리와 함께 합동 토크 콘서트를 열어 제대로 된 북한 이야기를 해보자"며 "신씨 페이스북에 이런 댓글을 달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당장 오는 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만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인 이씨는 1991년 군복을 벗은 뒤 끼닛거리를 찾아 길거리를 떠돌기 시작했다. 이씨는 "여기저기 떠돌다가 혜산역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며 "황선씨가 (북한 최상류층이 출산하는) 평양산원에서 딸을 낳았다고 하는데 북한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온몸에 숯검정이 묻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똥에서 여물 콩을 골라 입에 넣어줬던 그 아이도 행여 굶어 죽을까 봐… 중국 돈 5000원에 팔려나갔다"며 울었다.

2007년 탈북한 한선화씨는 "아버지가 외화벌이를 한 덕분에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청진외국어중·고교에 다녔다"고 했다. 한씨는 "한 번은 재미 교포 관광객이 온다고 해서 650여명 전교생이 한 달 전부터 수업을 중단하고 건물 구석구석 횟가루를 발랐다"며 "나를 포함해 전교에서 얼굴 빛깔 좋은 30명을 낯선 교실에 한데 모았다"고 말했다. 학년이 제각각인 모인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재미 교포 앞에서는 친구처럼 굴라"고 했다고 한다.

교사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너희 아버지 직업은 농부다" "아버지가 광산에서 일한다고 말하라"고 일렀다고 한다. 학생들은 아버지의 '새 직업'을 외우거나, "아버지 직업과 상관없이 이런 좋은 학교에 다닐 수가 있습니다" "저희는 배가 고프지 않고, 수령님의 은덕으로 잘살고 있습니다"며 대사를 연습했다. 한씨는 "재미 교포 아줌마 신씨가 바라본 북한은 우리가 연기(演技)했던 북한"이라며 "'북한을 제대로 알려주겠다'는 토크 콘서트를 벌이는 신씨를 볼 때마다 그날 학생들의 연기에 놀아난 재미 교포 관광객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청진에서 무역회사 사장을 했다는 김진옥씨는 '외국인 방문학교'를 다녔다. 관광객들을 맞도록 지정된 학교였다. 중국인 관광객 3명이 왔을 때 키가 작은 김씨의 친구는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처박혀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하면 관광객이 돌아간 다음에 호되게 혼났다"며 "학생들은 신은미씨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북한 여군 장교 출신인 김정아씨는 평안남도의 군(軍)병원에서 첫째를 낳았다. 여건이 낫다는 그 병원에서도 "산모 피 닦을 걸레가 없으니 천을 내라"고 했다. 산모 김씨가 자신의 옷 세 벌을 찢어서 피를 닦았다고 한다.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2004년 탈북한 송지영씨는 "북한 주민들은 '서울 사람들은 먹을 게 너무 많아서 다이어트를 한다더라'고 수군거리기만 해도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다"며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신씨나 황씨 같은 외국 관광객 앞에서 김씨 일가를 찬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옥 같은 북한을 탈출한 우리 탈북자들의 고통을 천분의 일이라도 안다면 토크 콘서트에서 관광으로 다녀온 평양을 북한의 전부처럼 말할 수 있는가"라며 "북한에 잠시 들른 신은미·황선씨가 한 마디를 하면, 백 마디 반박으로 돌려주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북한의 '진짜 모습'을 알리는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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