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한국과 중국이 지난 10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내년도 한·중 교역량은 2013년 대비 40% 증가한 약 310조원으로 전망되며 인적 교류는 1000만명 시대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한·중 FTA가 탄력을 받게 되면 이 같은 전망치들을 단숨에 갈아치울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물동량과 사람의 이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중 FTA의 핵심은 단연코 물류에 있다.

폭증하는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교통시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효율적 수송 체계 구축은 한·중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양국 사이에 시간 경쟁력과 안정성, 대량 수송 능력을 갖춘 철도의 연결이 시급한 이유다. 우선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중 열차 페리 사업을 조기에 적극 추진해야 한다.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북한을 통하지 않고도 한·중 간 철도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남북 철도를 통해 중국과 직결 운행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북한 철도를 이용하면 운송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시속 400㎞의 고속철도가 운행되면 서울~신의주~북경(1600여㎞)을 5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1일 경제권을 형성해 문화 교류가 활성화되고 관광에 물꼬가 트이는 등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도 철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이미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라시아 대륙철도망에 남북 철도 구간을 편입해 부산에서 유럽까지 기차를 운행하여 유라시아 국가들과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 철도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한·중 FTA 시대가 본격화되면 대륙철도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영토 주권과 직결되어 있는 북한 철도는 반드시 우리 기술과 시스템으로 건설해야 한다. 철도는 기술 종속성이 매우 커서 일단 건설된 시스템에 100년 이상 종속될 수 있다. 또 철도는 단순히 건설로 끝나지 않고 설계·시공 등 건설 과정부터 이후 유지·보수·운행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기술적 연관이 불가피하다. 만일 북한 구간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이 건설된다면 네트워크 산업의 속성상 상대적으로 철도 연장이 짧은 우리나라 철도가 호환성 확보를 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국가적 자존심을 차치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일로 우리가 철도 주권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다.

북한 철도 연결은 빠를수록 좋다. 통일 후에 북한 철도를 개량하려면 북한 내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커질 것이 뻔하다.

남·북한의 철도가 연결되면 북한도 한·중 FTA가 가져올 어마어마한 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다. 한·중 간 사람과 물류를 이어주는 북한 철도야말로 한·중 FTA 시대의 가장 큰 '대박 사업'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북한이 복잡한 셈법을 초월해 남북종단철도 연결에 대한 전향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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