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은 6·25전쟁 발발 3년 1개월 만에 정전협정이 조인된 날이다. 북한에서는 6·25전쟁을 미국의 비호 하에 한국군이 일으킨 침략전쟁이라고 지금까지 계속 우기고 있다. 북한당국은 탁아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과 매해 6월25일~7월27일 진행되는 반미·반제국주의 행사들에서 일관되게 미국이 침략전쟁의 원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북한주민들의 골수에 사무치도록 교육교양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때는 7.27이라는 날짜를 전승기념일로 선포하고 전승기념관과 전승광장을 건설해 주민들이 참관하도록 하면서도 당일은 그다지 크지 않은 명절로 지내왔다.

김정일은 7.27보다 자기 생일인 2.16이라는 숫자를 즐기면서 로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이상급들에게 자기 생일을 상징하는 2160100부터 간부급에 따라 하나씩 밖에 없는 차번호를 줬다. 해당 차량은 중앙당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통행증 없이 출입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받았다. 또 평양시 경비사령부 산하 10호 초소를 비롯한 북한의 전 지역 초소들에서 그 번호를 단 차와 차에 탄 사람들의 증명서를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특혜를 주었다. 이런 혜택을 받은 대상은 당에서는 도당 책임비서와 중앙당 부부장급 이상, 군에서는 군단장과 군단정치위원 이상, 내각에서는 각 성의 상(장관)급 이상과 특급기업소 지배인 이상 간부급들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기념일(정전협정기념일, 7월27일) 행사에 참가한 북한 퇴역 장병들이 김정은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 이 사진은 작년 8월 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기념일(정전협정기념일, 7월27일) 행사에 참가한 북한 퇴역 장병들이 김정은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 이 사진은 작년 8월 3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것이다.

북한에선 마약·위조달러·무기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2.16숫자가 표기된 일명 2.16특별통행증을 발급해주어 그들의 짐을 북한의 모든 세관들에서 보지 못하게 혜택을 부여해왔다. 김정일의 친위대라고 하는 974부대의 거의 모든 차들에도 2163333이라는 차번호를 달게 해 단속을 받지 않도록 해주었다.

2.16이라는 숫자를 합치면 9가 되는데, 장수를 의미한다는 9와 3이라는 수자를 무척 좋아했던 김정일은 자기 명이 제일 길 것이라고 선전해왔지만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일찍 죽었다. 김정은의 생일 1월 8일도 숫자를 합하면 9가 된다.

김정일은 216과 9와 3이라는 수자를 무척 좋아하고 활용하였는데, 김정은이 김정일의 뒤를 이어 3대 세습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시작한 것이 7.27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이다. 우선 김정일의 생일에 맞추었던 모든 간부들의 차량번호 앞부분을 216에서 727로 바꾸도록 하였다. 하여 2010년부터 먼저 북한의 모든 군 간부들의 차번호에서 216은 없어지고 727로 대체됐다.

북한사람들은 일반인이든 군인이든 간부든 주패(카드)를 가지고 44A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사사뺑’ 혹은 ‘사사끼’라고 불리는데, 김정은이 3대 세습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 처음 내린 지시가 일본말처럼 사사끼를 놀지 말고 727을 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727을 놀아보다가 재미가 없자 아직도 사사끼를 계속 놀고 있다.

이전에 김정일 시대에는 중앙당과 국가 간부들에게 주는 담배도 ‘영광’ ‘붉은별’ ‘락원’ 등 이름이었는데 2014년 7월27일부터는 김정은의 지시로 간부들에게 주는 최고급 담배를 7.27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했다. 또 간부들은 외국담배를 피우지 말고 7.27 담배를 피우면서 항상 전쟁에 대비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7.27 담배
7.27 담배

담배도 외국담배 수준으로 질 좋게 생산하라고 하여 평양에 있는 내 고향 담배공장에서는 지금 7.27담배를 생산하여 북한 내의 간부들에게 공급하고 외국 손님들에게도 선물로 주고 있다. 이렇게 김정은은 727이라는 숫자로 활용해 7월 27일이 전승기념일이라는 자기식 주장으로 선전공세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에게 전쟁열기를 고취하고 있다.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정권을 이어받은지 거의 3년이 됐지만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크게 향상되지 못했고 세계적으로 가장 참혹한 인권유린 국가로 낙인이 찍혀 고립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북한주민들의 반발을 두려워하며 모든 것이 미국과 남조선 정권의 고립·압살 책동 때문이라고 거짓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현재도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는 북한을 겨냥한 1000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거짓 선전하면서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당분간 못 먹고 못 살아도 핵무기실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전쟁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북한주민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727이니 216이니 하는 숫자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이전만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런 숫자 놀음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결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