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기자
이수지 기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지난 19일 새벽(현지시간) 유엔 총회 제3 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은 매년 통과됐지만, 책임자 처벌 권고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유엔에서 제3 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어 북한 인권 결의안은 오는 12월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ICC 회부 여부를 결정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돼 ICC에 회부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가장 민감한 김정은 정권의 최고 존엄 훼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북한의 위협이 말뿐이 아닌 실제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23일 유엔에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초강경 대응전에 진입할 것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국방위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은 곧 자주권이고 해당 나라의 국권"이라며 이번 결의안 통과는 "우리 국권을 해치려는 가장 노골적인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조선 인권 결의를 두고 그 무슨 경사나 난 것처럼 까불며 입을 다물 줄 모르는 박근혜 패당에게 따져 묻는다"며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방위는 "유엔은 20여 년 전 우리 공화국이 나라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핵선언 뇌성을 울렸던 때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며 제4차 핵실험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이 10년째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남북 관계가 냉각된 상황이라는 이유로 우리 정부와 국회가 북한의 당연한 반발에 밀려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한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유엔 총회가 이 결의안을 채택해도 당장 강제성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결의안 채택으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개선이란 기나긴 항해를 위한 닻을 올리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에 본격적으로 발벗고 나선만큼 이제 우리 국회와 정부도 국제사회의 항해에 순풍이 불도록 10년 동안 잠자고 있던 북한 인권법으로 열심히 부채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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