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앞)과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최경환 공보실장(왼쪽) 등이희호 여사의 방북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실무 협의단이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2014.11.21/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앞)과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최경환 공보실장(왼쪽) 등이희호 여사의 방북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실무 협의단이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2014.11.21/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인도지원'에 무게 두며 정치적 일정 피할 듯...北도 '인권 홍보'에 치중 예상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조만간 최종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4일 이 여사 측은 그 시기를 놓고 최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여사의 방북 실무협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은 지난 21일 개성에서 진행한 북측과의 실무협의에서 북측이 "오신다고 했으니 빨리 오시는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전해 북측에선 연내 방북을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북측 실무협의 대표인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원회) 부위원장은 "윗분(김정은)의 뜻을 받들어 나왔다"며 이 여사 측이 제의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만남 요청에 일면 긍정적으로 나온 점도 북측이 우리 측의 방북을 조속히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12월17일)가 이 여사의 방북 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이 여사의 방북을 이 시기와 맞물리도록 일정 조율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양측은 지난 1차 대면 실무협의에서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여사 측은 1차 실무협의 결과를 이 여사와 최종 상의한 뒤 원하는 방북 일정을 이번 주 내로 북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여사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북 일정에 대해서는 "북측과 협의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북측에서 방북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며 17일 이전 방북을 제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여사의 방북이 최종적으로 합의되더라도 인도지원 물자 준비 등을 고려해 실제 방북까지는 최대 3~4일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인 17일까지는 아직 3주가 넘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얼마든지 김 국방위원장의 공식 추모행사 일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 여사 측에서 이번 방북에 대해 '인도지원'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도 이 여사의 방북을 무리해서 김 국방위원장의 추모행사와 연관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측은 이 여사의 방북을 김정일에 대한 추모보다는 최근 제기되는 인권 문제와 연관짓고 싶어할 것으로 본다"며 "김정은이 직접 신경쓰고 있는 애육원 방문 등을 더 부각하며 대외적 이미지 관리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여사의 방북이 해를 넘길 경우엔 남북 양측의 신년사 발표 등으로 인해 되려 방북에 더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양측 모두의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2세로 고령인 이 여사의 건강도 역시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이 여사와 북측 모두 방북 일정이 한겨울로 미뤄질 경우 적잖은 부담감을 느낄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이 여사의 방북 승인 등에 대해 일단 말을 아끼며 최종 방북 신청이 들어올 경우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방북의 목적과 시기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가 뭐라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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