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정치부 군사전문 기자
유용원 정치부 군사전문 기자

지난 10일 북한군 10여 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군사분계선(MDL)까지 접근해 우리 군이 20여 발을 경고 사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이 군사분계선 표지판 사진을 찍는 등의 활동을 하자 우리 군이 경고 방송에 이어 경고 사격을 한 것이다. 북한군은 응사(應射)하지 않고 철수했다.

올 들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 인근의 북한군 활동이 부쩍 늘어나면서 최근에만 세 차례나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했다. 지난달엔 남북한군이 총격전까지 벌였다. 올 들어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에 접근하는 북한군을 향해 경고 방송을 한 횟수는 60여 회이고, 경고 사격은 지난해 한 차례도 없었지만 올해는 5∼6회다. 북한군 전선사령부는 지난 15일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의 순찰 활동은 우리의 합법적 권리"라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남측이 벌이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은 예상할 수 없는 보복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나섰다.

최근의 DMZ 내 남북 간 충돌이 다행히 포격전 등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MZ 내에선 남북 간에 의도하지 않은 무력 충돌이 일어나거나 소규모 총격전이 포격전 등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우려한다. DMZ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씩 설정된 완충 구역이다. DMZ 남북 양쪽 끝에 설치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은 철책이 여러 겹 설치돼 있어 명확하게 경계선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에는 철책이 없고 대신 200m 간격으로 표지판 1292개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 표지판 대부분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직후 설치된 뒤 60여 년이 지나 부서지거나 없어진 것이 적지 않고 이 때문에 상대방이 실제로 군사분계선을 월선(越線)했는지 어정쩡한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7년 10월 판문점 인근 대성동 마을 주민 2명이 도토리를 줍던 중 북한군에게 납치됐다 석방됐는데 당시 이 주민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는지에 대해 유엔사와 북한군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유엔사 주도 아래 남북한군이 공동으로 군사분계선 표지판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표지판을 바꾸는 작업을 하자고 북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1990년대 초반 이후 대북 창구인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9일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이후 4차 핵실험, 국지 도발 등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노력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오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4주기를 앞두고 군사분계선이 '제2의 연평도 도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터다.

북한이 주장한 대로 최근의 DMZ 내 북한군 활동이 순수하게 군사분계선 표지판 확인을 위한 것이었다면 북측이 우리와 유엔사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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