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꿈을 안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 1만5000㎞를 달린 조선일보 주최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대장정'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막을 내렸다. 8월 13일 독일 베를린을 출발한 지 96일 만이다. 원정대는 볼가강과 우랄산맥, 중앙아시아 대평원, 시베리아, 바이칼호, 몽골고원, 고비사막, 만리장성, 백두산을 거치며 더위와 추위, 비바람, 눈보라와 싸웠다.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험난한 길을 뚫고 온 원정대의 도전과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비행기로 10시간이면 쉽게 유럽 심장부에 가 닿는 시대다. 원정대는 고행(苦行)을 마다치 않고 길 위에 두 발, 두 바퀴로 유라시아 횡단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물셋부터 예순다섯까지의 남녀 한국인들이 이를 해냈다.

한국인에게 유라시아 대륙은 너무 먼 곳이었다. 3면(面)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쪽은 휴전선 철조망에 가로막혀 제 발로 대륙을 갈 수 없다. 원정대는 대한민국 번호판을 단 여섯 대의 지원 차량과 함께 수많은 국경을 넘었다. 김창호 원정대장은 "유라시아 대륙이 이렇게 큰 줄 몸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길을 달린 만큼 우리 마음도 넓어졌다"고 했다. 원정대는 가는 곳마다 음식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인종들과 어울리며 대륙이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님을 확인했다.

원정대가 첫 페달을 밟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이 45년 분단을 통일로 승화시킨 역사적 현장이다. 마지막 주행(走行) 구간의 출발점인 판문점 임진각은 70년 가까이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남북한의 긴장을 상징하는 곳이다. 원정대는 평양과 개성을 거쳐 서울로 달려오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이번엔 이루지 못했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옌볜 투먼(圖們)까지 압록강·두만강 따라 눈앞의 북녘 땅을 바라보기만 하며 자전거를 타야 했다. 북한에 못 들어가는 아픔이 통일의 꿈을 더 간절하게 했다. 유라시아 대륙 9개 나라를 다 갔는데 왜 우리는 같은 핏줄의 땅, 똑같은 산하(山河)에서 자전거 바퀴를 굴리지 못하는가.

독일은 통일 이후 유럽 중심 국가로 거듭났다. 폴란드는 이런 독일과 상생(相生)하며 눈부신 도약을 하고 있다. 원정대는 발트 3국, 카자흐스탄, 몽골이 독일 통일의 파도를 타거나 개혁·개방을 통해 다른 국가로 탄생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았다. 유라시아는 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자원(資源)이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다. 우리가 분단의 벽을 넘지 못하면 대륙과 통할 수도 없고, 대륙은 우리 무대가 될 수도 없다.

원정대에서 가장 어린 최병화(23) 대원은 "바람에 맞서 까마득한 언덕을 오르며 '고난 없는 성취는 없다'는 말을 생각했다"고 했다. 우리가 통일로 가는 길에도 많은 고난과 장애물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부터 버려야 한다. 통일 비용(費用)에 대한 필요 이상의 걱정도 떨쳐야 한다. 분단으로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이 통일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원정대는 유라시아 대륙 위에 한반도발(發) 자전거길을 새로 깔았다. 한민족이 통일로 가는 역사의 큰길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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