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2014.11.12/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2014.11.12/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이 3박4일 간의 중국 베이징(北京)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9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후 나흘 간 APEC 정상회의 공식 일정에 모두 참석하는가 하면, 이번 회의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개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베이징 도착 다음날인 지난 10일 시 주석과의 취임 후 다섯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30개월 간 끌어온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해 향후 협정 발효시 한·중 양국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 질서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중 FTA 협상 실질적 타결' 최대 성과

한·중 FTA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맺는 열세번째 FTA로서, 특히 우리에겐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 모두와의 FTA를 통해 이른바 '경제 영토'를 넓히고, 아·태 지역 주요국들을 잇는 'FTA 네트워크'를 사실상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한·중 FTA 협상 결과의 구체적 내용이 그 비준 동의를 담당하는 국회에 사전 보고되지 않았고, 국민에게도 관련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협상 타결' 선언이 이뤄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이번 APEC 회의 참석 및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협상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청와대는 한·중 FTA 협상 결과에 대해 우리 측의 초민감 품목이었던 쌀이 협정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사실 등을 들어 "역대 최대의 관세 절감 효과를 누리면서도 최저 수준의 농수산물 개방 폭을 지켜냈다"고 자평했지만, 다른 일각에선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해왔던 자동차 등의 품목이 양허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연내 협정문 작성과 각 조문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의 작업을 마친 뒤 가서명과 서명,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 내년 중 FTA를 정식 발효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APEC 정상회의 논의에도 주도적 참여 평가

박 대통령은 또 이번 APEC 기간 11일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시 주석 주최 정상 갈라 만찬, 그리고 12일 정상회의 세션과 업무 오찬 등의 공식 일정을 이어가면서 21개 회원국 정상들과 교분을 쌓았고, 특히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였던 지역 경제통합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상회의 세션1에선 선도발언을 통해 사실상 이번 회의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회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또 무역·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한 우리 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와 창조경제, 규제완화 등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각국 정상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얻어 그 주요 내용을 이번 회의 정상선언문과 부속서 등에 담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FTAAP 베이징 로드맵' 지지 발언은 전날 이뤄진 한·중 FTA 실질적 타결 선언과 겹치면서 우리 경제외교의 '중국 경도론(論)'에 재차 불을 지피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태 지역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FTAAP는 APEC의 공식 민간 자문기구인 ABAC이 지난 2004년 처음 제안한 것이지만, 최근 관련 논의에서 중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움직임에 대응키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FTAAP가 TPP나 다른 FTA와 개념상 충돌하는 게 아니고, '베이징 로드맵'은 우리만이 아니라 21개 APEC 회원국 모두가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 2대 패권 국가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이들과 각각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붙잡고 가는 게 쉽지 않은 과제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약식' 진행에 뒷말 무성

이런 가운데, 이번 베이징 방문 중 열린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까지 국기도, 테이블도, 배석자도 없는 20분 남짓의 '약식' 회담으로 진행되면서 "가까워진 한·중 관계만큼이나 멀어진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다자(多者) 회의 특성상 참가국 정상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한·미 간엔 대화·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에 회담에서 특별히 문제시될 만한 사안이 없었단 점 등을 들어 "한·미 정상이 짧지만 유익한 대화를 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APEC 정상 업무오찬과 정상회의 세션2 사이에 열린 '소파'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관련 국가들의 단합된 입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미·일 3국 간 협력 등 이를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 등 국제 안보현안에 대한 공조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아베와 '조우', 푸틴과 환담… 4강 정상 모두 만나

아울러 박 대통령은 APEC 정상 갈라 만찬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나란히 앉아 약 70분간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간 국장급 협의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APEC 정상회의 세션2가 끝난 뒤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잠시 환담을 나누는 등 이번 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상들을 모두 만났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동안 "APEC 참석 등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제안을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던 터여서 한·일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더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이번 만남에 관해 "양측 간에 사전에 대화 의제 등이 설정된 '회담'이 아니라, 그런 게 없이 만난 '조우(遭遇)'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터여서 이를 통해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세션에서도 영문 국가명 알파벳순으로 정상들의 자리가 배치돼 아베 총리 옆에 앉았다.

박 대통령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우리 국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는 양국 간 FTA를 비롯해 경제 분야 협력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호주는 오는 15~16일 개최되는 제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다.

박 대통령은 베이징 일정을 마친 뒤 12일부터 이틀간은 제17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및 제9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미얀마 네피도를 방문하고, 14일부턴 G20 회의 참석차 호주 브리즈번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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