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가 왔나?’

지난달 11일 부산시 중구 광복동 동주여상 강당은 1800여 재학생들이 질러대는 환호성과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마치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던 이날 여고생들이 열광한 ‘오빠’들은 부산경찰청 포돌이 홍보단. 이들은 이보다 앞서 초청공연을 펼친 부산여고와 이사벨여고에서도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지난 3월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개혁을 홍보하는 공연을 펼쳐온 포돌이 홍보단이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사람이 6000여명이 넘었고, 이미 부산경찰청 홈페이지에는 ‘경찰을 다시보게 됐다’는 시민의 글 1600여건이 올라있다. 일부 대원들은 수십통의 팬레터는 물론, 택배와 우편으로 선물까지 받고 있다. 초·중·고 각급학교와 전통적으로 경찰과는 앙숙인 대학생들도 축제에 포돌이 홍보단을 초청하고 있다. 한 사회단체가 펼친 북한어린이 돕기 행사에서는 포돌이 홍보단이 출연하자 평소의 4배에 이르는 금액이 모금되기도 했다.

포돌이 홍보단의 인기비결은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 때문. 보컬을 맡고 있는 우승완 일경과 김준태 상경은 지난 2월 부산시내 전의경을 대상으로 열린 PSB현장노래방에서 나란히 1, 2등을 차지했다. 대학에서 그룹사운드를 했던 우 일경과 음대 성악과에 재학중인 김 상경은 지금까지 40여통의 팬레터를 받았고 일과를 마치고 귀대하는 버스 안에서 얼굴을 알아본 여고생들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지경.

또 기타반주와 노래를 맡은 리더 허재성 순경은 동료들의 결혼식에 빠짐없이 초청받을 만큼 경찰내에서 소문난 가수. 김대원 상경, 황준철 일경, 이종찬 일경도 탄탄한 연주실력을 갖췄다. 이들은 하루 하루 7시간씩의 맹훈련으로 팀웍을 가꾸고 있다. 여기에 포돌이·포순이로 분한 백성욱 일경, 박윤성 상경, 문경욱 상경, 박찬웅 일경이 보여주는 신나는 율동도 홍보단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처음 기타 하나와 500W앰프 하나로 출발했던 홍보단은 “빈약한 장비때문에 실력이 죽는다”며 “악기와 앰프를 사주라”는 시민들의 요청이 빗발쳐 이제 2500만원에 이르는 장비를 갖추게 됐다.

홍보단 인기가 높아지자 10여명의 전의경이 스스로 찾아와 오디션을 받기도 했고, 처음 탐탁치 않게 여기던 경찰청내 일부 간부들도 이제는 “경찰개혁의 최대성과는 포돌이 홍보단”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보단은 8월에도 토요일 오후7시에 해운대 장산폭포사 입구(첫째주), 용두산 공원(둘째주), 을숙도(셋째주), 초읍 어린이 대공원(넷째주)에서 정기공연을 가진다.

/글·사진=이길성기자 attic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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