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자 A34면 '어느 國軍 포로 2세의 눈물' 기사를 읽으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최근에 북한을 탈출한 이복남씨는 국군포로 2세다. 그의 불행은 1953년 포로 교환으로 빚어진 것이다. 휴전 당시 남쪽이 억류하고 있던 인민군 포로 7만6000명과 북쪽이 억류하고 있던 한국군 포로 8348명을 서로 교환하였다. 남한에 억류된 인민군 포로 9명과 북한에 억류된 국군 포로 1명을 서로 맞바꾼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으로 화가 치민 마오쩌둥의 지시에 의해 김일성은 온갖 회유와 강압으로 국군 포로 약 5만명을 억류시킨 채 "없는 포로를 내놓으라면 국군을 잡아서 돌려보내라는 말이냐"고 생떼를 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일성은 이 포로들을 기업소, 탄광, 집단농장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집어넣고 대를 이어가며 노예로 부려먹었다. 이런 사실을 정부가 모를 리 만무하지만 휴전 이후에 실종자로 처리해버린 채 입을 다물고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 이들은 위태로운 중노동으로 착취당하다 죽음에 이르거나 고통을 견디지 못해 탈출을 감행하다 대부분 목숨을 잃었지만 이복남씨나 조창호씨처럼 그중 10여명은 지옥 터널을 뚫고 기적적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대접이 별로였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애국자를 이렇게 푸대접하거나 방치한다면 어느 누가 나라의 위험에 맞서 싸우려고 선뜻 나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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