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완 前 駐우즈베키스탄 대사·계명대 정외과 특임교수
전대완 前 駐우즈베키스탄 대사·계명대 정외과 특임교수
실크로드(비단길)는 지난 수세기 인류가 역사책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1990년대 초 독립을 시작한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 제국(諸國)의 기지개와 함께, 여러 문명권의 환희에 찬 관심과 적극적 교류로 이제 실크로드 선상에서 도란도란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이쪽저쪽 물자가 오가며 서서히 옛 영화를 부활시키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는 한 땅덩어리다. 둘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통합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는 연료·에너지의 주요 공급원, 물류 요충지, 거기다 과격 근본주의 이슬람권이 준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보 요충지다. BRICs(브릭스) 중 러시아·중국·인도가 인접한 차세대 신흥시장이다.

중앙아시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신(新)실크로드정책을 진행 중인 중국이다. 중앙아시아를 직접 연결·관통하는 교통망 인프라를 갖춰 유럽 시장을 맹렬히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도 선조들의 혜안으로 건설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아직 유일하게 유라시아 통합에 선도 역할을 맡고 있다. 러시아는 국가 신성장동력사업 창출을 위해 극동시베리아를 적극 개척하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섬 아닌 섬'으로 대륙에서 떨어져 있다. 시대 흐름은 한없이 빠른데, 왜 한반도는 하나의 경제권, 하나의 삶의 영역으로 진전시키는 데 이다지도 시간이 걸리는가.

새 정부 들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정책 방향을 제창했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러시아 신동방정책, 중국 신실크로드정책과 함께 유라시아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을 유라시아 통합 과정에 연결하는 중간자 역할도 해야 한다. 북한을 어떻게 통합에 참여시킬 것이냐 하는 것도 관건이다. 주변국 모두 먼저 북한을 뚫어야 유라시아가 보일 것이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우리 기업들의 망치 소리가 드높다. 중국은 2013년부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며 우리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로 조성되는 펀드의 첫 사업에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을 조건으로 참여해 보면 어떨까. 국제금융기관을 통한 대북 투자는 좀 더 안전할 것이다. 북한도 돈 들어올 여지가 있으면 반기지 않을까. 우리에게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실현의 첫 삽이 될 터이고, 3대 정책 방향에도 부합되는 일거삼득(一擧三得)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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