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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칼럼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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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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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는 몰라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때에, 한·미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노근리, 매향리, 소파(SOFA: 한·미행정협정), 독극물 방류사건, 미군 장교 살해사건, 그리고 미국인이 한국을 여행할 때는 몸조심하라는 미 국무부의 경고! 확실히 한·미관계에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한·미관계와는 대조적으로 남·북관계는 현저하게 개선되어 가고 있다. 남·북 외무장관 회담과 장관급 회담만 보아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물론 남·북관계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고 한·미 동맹관계는 돈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최근의 추세대로 나간다면 멀지 않아 한·미관계는 매우 심각한 국면에 놓일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은 우리가 한반도에서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국 정치체제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오판이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국민 여론이 지배하는 나라다. 최고 정책결정자와 이른바 대외정책 이스터블리시먼트 (foreign policy establishment)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일반 시민 대다수가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반대하게 되면, 미국은 국가이익에도 불구하고 대한(대한)정책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국제관계의 지정학적 현실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미국의 일반 시민들은 한국국민 대다수가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비교적 단순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우리 국민들 중에도 그렇게 되는 것을 환영할 사람이 있을 줄 안다. 특히 최근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사실은 그와 정반대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니까 한·미관계가 덜 중요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미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한국이 대북한 포용정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안보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안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대한(대한) 방위공약을 지키겠다는 자세를 흔들림 없이 견지해 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의 의도가 분명치 않고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한국은 자신있게 북한을 향해 햇볕정책을 추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안정된 안보상황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적으로도 건전한 대미 관계 없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대남정책의 방향을 일단 표면적으로라도 바꾼 것은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경제협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 경제를 도와줄 수 있으려면 국제기구 등에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경제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자본, 기술, 시장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은 앞으로 한반도 경제 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는 미국에 모든 것을 양보하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까지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감정 때문에 대미관계를 손상시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한·미관계가 잘 돼야만 남·북관계도 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원 원장·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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