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8일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던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과 월미도팀의 경기를 관람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능라도경기장으로도 불렸던 이곳은 국제노동절(5월 1일)에 맞춰 준공(1989년)되면서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김정은 오른쪽 자리에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대남비서, 최태복 교육비서, 박도춘 군수비서 등이 차례로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8일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던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과 월미도팀의 경기를 관람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능라도경기장으로도 불렸던 이곳은 국제노동절(5월 1일)에 맞춰 준공(1989년)되면서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김정은 오른쪽 자리에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대남비서, 최태복 교육비서, 박도춘 군수비서 등이 차례로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노동신문
[北, 대화 주도권 잡으려 삐라 트집… 南北 '小냉각기']

北 "삐라 살포 탓" 거부 의사 밝혀… 정부 "北 부당 요구 수용 못해"
전문가 "南北, 회담 틀어지면 최소한 1개월은 관계 냉각"
北, 지금 회담 해봐야 5·24 해제 힘들다 판단한 듯

북한은 29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자는 우리 측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30일 판문점에서 접촉을 갖자"고 제안해둔 상태였다.

북한은 이날 새벽 서해 군(軍)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면서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는 남측의 책임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북한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 무산됐으며 지난 4일 인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10월 말~11월 초 고위급 접촉 재개'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우리 측의 '30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전격 파견하고 10월 말 ~11월 초 고위급 접촉 재개에 합의했다.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듯했지만 북한은 곧바로 서해 NLL 교전, DMZ 인근 대북 전단 사격 등 도발을 시도했다. 양측은 이후 고위급 접촉을 둘러싼 '전통문 공방전'을 벌였다.

북한은 29일 보낸 전통문에서 "남측이 관계 개선의 전제,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합의한 2차 고위

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회담이 무산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의도였다. 정부는 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단 살포에 관한 우리 측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음에도, 이 문제를 전제 조건화하는 북한의 태도를 보면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소(小)냉각기'로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관계는 회담이 한번 틀어지면 최소한 1개월은 간다"며 "11월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단 문제로 남한을 압박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데, 지금 회담을 해봐야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단 살포 문제는 우리 생각과 달리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화 재개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올해 신년사부터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대북 전단 등 비방·중상 중단을 강조하고 있다"며 "말하자면 올해 남북관계의 주(主) 공격 목표가 전단이라는 것이고, 이런 사활적 문제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할 경우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애초부터 대화 의지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황병서·최룡해 등이 인천을 방문한 것도 북한 내부용 체제 선전 수단이었거나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었을 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남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 재개 시한으로 합의한 '11월 초'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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