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지난 25일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전통문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은 26일 새벽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보수단체들의 주간 전단살포 계획은 무산됐으나 남조선 당국이 저녁 시간을 이용한 전단 살포를 강행하도록 방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있겠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27일 오전 북한에 보낸 답신에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통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며 "남북이 개최에 합의하고 우리 측이 일시와 장소를 제의한 제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2차 고위급 접촉은 지난 4일 전격 방남(訪南)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우리 정부 대표단이 10월 말 또는 11월 초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30일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안한 상태다. 북한은 2주째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우리 정부와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남북한 당국이 계속 일방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집한다면 2차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기도 어려울뿐더러 개최된다 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지난 25일 살포된 전단을 향해 사격을 가하지 않은 점, 전통문에서 고위급 접촉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을 들어 2차 고위급 접촉의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남조선에서 도발적 언행들이 계속된다면 결국 북남 관계의 대통로는 고사하고 겨우 열린 오솔길마저도 끊기게 될 판"이라면서도 "(남북)대화의 운명은 남조선 당국자들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대화의 여지를 남긴 듯한 뉘앙스다.

이런 맥락에서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고위급 접촉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명분 쌓기용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고위급 접촉으로 가는 과정에서 남북이 서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은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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