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남갈등 조장 목적 달성
고위급 접촉 거부할 명분 약해 선심 쓰듯 응해올 가능성

지난 25일 일부 보수 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북한이 호응할지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주 "2차 고위급 접촉을 열려면 삐라 살포를 막기 위한 책임적 조치를 취하라"는 취지의 성명을 연달아 발표하는 등 '삐라 살포 저지'를 고위급 접촉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은 애초 이날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전단 10만장을 날리려 했지만 지역 주민과 진보 단체들의 격렬한 저항에 막히자 김포의 한 야산으로 이동해 2만장(풍선 1개)만 기습 살포했다. 원래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26일 밤까지 북한은 25일 상황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괴뢰 경찰은 보수 단체들의 삐라 살포 망동을 저지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진보 단체 성원들의 투쟁을 가로막았다"고 짤막하게 보도한 게 전부다. 동시에 우리 정부가 "30일에 고위급 접촉을 열자"고 제의(지난 13일)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 연구위원은 "대량 살포 시도가 무산돼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계속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26일)자 노동신문에 대남 비방 기사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에 나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애초 북한의 주된 관심은 2차 고위급 접촉보다는 남남(南南) 갈등 조장에 있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으니 선심 쓰듯 고위급 접촉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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