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6등급(TT6) 준결승전이 끝난 뒤 한국의 박홍규(왼쪽)가 북한 전주현의 휠체어를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21일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6등급(TT6) 준결승전이 끝난 뒤 한국의 박홍규(왼쪽)가 북한 전주현의 휠체어를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장애인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만남'이 이뤄졌다. 한국과 북한이 '코리아'라는 이름의 단일팀으로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일본 지바)에 나가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일궜던 종목인 탁구에서였다.

21일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 체육관. 한국의 박홍규(41)와 북한의 전주현(28)이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탁구 남자 단식 6등급(TT6) 준결승에서 대결했다. TT6는 휠체어에 앉지 않고 서서 경기를 하는 스탠딩 부문 중 가장 중증 장애 선수들의 등급이다.

박홍규는 예선 B조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ITTF(국제탁구연맹) 장애인 세계선수권 3위에 올랐던 강호다웠다. 그는 실업팀인 대전시청 장애인 탁구팀에서 급여를 받으며 운동한다.

국제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북한 전주현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였다. A조 예선에선 박홍규와 함께 지난 세계선수권 3위를 했던 태국의 타이니욤 룽로이를 3대1로 꺾기도 했다. 전주현은 타이니욤과 같이 2승1패를 기록했는데, 세트 득실차에서 뒤져 조 2위를 했다.

경추 장애가 있는 박홍규는 평소 이동할 땐 휠체어를 탄다. 탁구 경기장 안에서는 불편한 걸음이긴 하지만 천천히 움직일 수 있다. 전주현은 더 장애가 심해 보였다. 자원봉사자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탁구대 바로 앞까지 온 다음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발놀림은 거의 없었다.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거의 제자리에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상체를 움직이며 공을 넘겼다.

박홍규는 전주현에게 3대1 승리를 거두었다. 박홍규는 경기 후 전주현에게 악수를 청했고, 전주현이 휠체어에 앉는 동안 손잡이를 잡아줬다. 응원 온 북한 선수단과 한국 관중도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박홍규는 "첫 남북 대결이라고 들어서 부담이 컸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현에 대해 "어려서 탁구를 배웠다고 하더라.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변칙적인 기술엔 대처가 약했다"면서 "전주현도 앞으로 재활을 더 열심히 하고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법을 배우면 세계무대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규는 결승에서 태국의 타이니욤 룽로이를 3대2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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