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고위급 접촉 이후 "정부 관여 못해" 입장 고수
최근 대화 국면 앞두고는 "신중한 처사 요청", "안전조치는 경찰의 판단" 연일 뉘앙스 변화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2014.10.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2014.10.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대북 전단(삐라) 살포 문제에 대한 대응에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단 살포 문제가 본격적인 남북 간 중요 현안으로 떠오름에 따라 정부의 기본 입장 자체도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는 그간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활동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에서 지난 2월 1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상호 비방중상'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며 우리 측을 압박해왔을 당시 정부는 이 같은 태도를 고수하며 입장을 선회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전달 살포용 풍선에 사용되는 가스의 적법성 문제 등을 들어 사실상 전단 살포 저지 활동을 진행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로 정부는 이후에도 이 같은 입장을 8개월 간 고수해왔다.

그러나 드레스덴 구상,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대북 인도지원 확대 및 교류의 폭을 넗히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연달아 발표되며 남북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4일 고위급 대표단을 인천에 파견하면서 남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무렵부터 정부의 관련 입장은 빠르게 그 뉘앙스가 변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민간단체들의 신중한 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처음으로 '신중한 처사 요청'를 공식화했다.

이후 통일부는 대변인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 "다만 신중한 처사를 바란다"는 문장을 추가한 대북 전단 살포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까지 시사한 북한을 일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남북 대화 국면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사로 풀이됐다.

민간단체들도 정부의 입장에 호응하듯 향후 대북 전단 살포를 비공개로 진행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또 21일엔 통일부 당국자를 통해 "전단 살포와 관련해 민간단체나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해 필요한 안전조치는 경찰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필요시 경찰이 직접 개입해 전단 살포를 저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정부가 전단 살포 행위 자체에 개입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 당국자는 "정부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으나 "경찰도 큰 의미에서 정부"라고 모호하게 언급하며 사실상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스탠스가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25일 대북 전단 살포 예고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 수준을 보고 북한이 고위급 접촉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정부의 스탠스 변화가 이 같은 관측과도 무관치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북한이 최근 전단 살포가 이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인근 군사분계선(MDL) 지역 군사활동을 증가시키고 있어 자칫 상호 간 높은 수준의 무력충돌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역시 정부가 고민할 부분이다.

이에 따라 25일로 예정된 7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현장에서 정부의 변화된 입장이 가시적으로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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