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회원 등이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살포한 대북전단 중 일부가 중간에 터지고 있다. 2014.10.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회원 등이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살포한 대북전단 중 일부가 중간에 터지고 있다. 2014.10.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방문 이후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급격히 요동치는 형국이다.

당장 2차 남북고위급접촉 가능성이 살아 있는 가운데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가 예고된 내주가 대화국면 진입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15일 있었던 남북군사당국접촉 전말을 다음날인 16일 전격 공개하며, 당초 남측 주장 일부가 거짓말이었음를 주장했다.

남북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며, 우리측이 30일로 제의한 2차 남북고위급접촉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우리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간 대화 재개 입장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주요 계기마다 남북 간 대화 재개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일단 고위급접촉을 성사시키겠다는 단기적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주도하며 공세적 입장에 있는 것은 북측이다.

북한은 지난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일행의 남측 방문 이후 Δ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교전 Δ긴급 단독접촉 제안 Δ대북 전단에 대한 사격 Δ군사당국간 접촉 Δ군사당국접촉 전말 폭로 등 유화책과 도발성 강경책을 번갈아 쓰며 대화국면을 흔들었다.

2차 고위급접촉이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당장 판 자체를 뒤엎진 않고 있어 남측의 태도를 두고보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 자체를 엎겠다는 의도보다는 '판세'를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로 예고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사가 향후 남북대화국면으로의 진입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측은 황병서 일행의 인천 방문을 계기로 2차 남북고위급접촉 개최에 합의했음에도 줄곧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지는 경우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어렵게 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북 살포 전단에 총격을 가하는 한편 15일 군사당국접촉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제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8일 "현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남북대화재개는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병행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에 또 다시 불개입하는 경우 2차 고위급접촉은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민간단체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우리 정부로서도 이제는 상황 관리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또 다시 이뤄지는 경우 남북 간 대화 판이 깨지는 형국이 분명한 만큼 적절한 당국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이 대북전단에 직접 총격을 가해 남측에 총탄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 만큼 국민안전 보호차원이라는 명분도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수는 "남북 간 대화를 앞둔 상황인 만큼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 남측 정부 당국자들의 대북 언행에도 신경을 써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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