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대 전문경영인들은 사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오너 지분 문제를 어떻게 왈가왈부 할 수 있느냐’며 팔짱만 끼고 있다. 현대 오너 일가는 해외에 체류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전문경영인들은 ‘회장 일가의 일’이라며 손놓고 있는 동안 시장만 멍들고 있는 셈이다.
현대투신 자금난이 발생한 지난 5월 말 현대는 정회장 3부자의 퇴진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회장으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북한을 드나 들며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도 오너 일가 보호에만 급급한 채 일반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예측불허의 경영체제가 지속되는 한 현대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의 시대착오적인 경영체제를 비판했다. 현대 임직원들조차 현대 전문경영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의 한 중견간부는 “입사 이후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회사가 왜 이 지경에 몰리게 됐는지 통탄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현대그룹의 전문경영인들이 지금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곳은 시장이다. 오너에 대한 충성심을 일반주주들에 대한 충성심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 ‘현대에 가신(가신)은 있지만 진정한 전문경영인은 드물다’는 말을 현대 전문경영인들은 새겨 들어야 할 듯 싶다.
/이광회 경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