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지난달 초 일본으로 날아간 후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그 사이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사태가 발생하고 현대중공업이 같은 계열사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대 사태 여파로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주식시장도 한파에 휩싸여 들고 있다.

그러나 현대 전문경영인들은 사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오너 지분 문제를 어떻게 왈가왈부 할 수 있느냐’며 팔짱만 끼고 있다. 현대 오너 일가는 해외에 체류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전문경영인들은 ‘회장 일가의 일’이라며 손놓고 있는 동안 시장만 멍들고 있는 셈이다.

현대투신 자금난이 발생한 지난 5월 말 현대는 정회장 3부자의 퇴진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회장으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북한을 드나 들며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도 오너 일가 보호에만 급급한 채 일반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예측불허의 경영체제가 지속되는 한 현대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의 시대착오적인 경영체제를 비판했다. 현대 임직원들조차 현대 전문경영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의 한 중견간부는 “입사 이후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해왔는데 회사가 왜 이 지경에 몰리게 됐는지 통탄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현대그룹의 전문경영인들이 지금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곳은 시장이다. 오너에 대한 충성심을 일반주주들에 대한 충성심으로 시급히 바꿔야 한다. ‘현대에 가신(가신)은 있지만 진정한 전문경영인은 드물다’는 말을 현대 전문경영인들은 새겨 들어야 할 듯 싶다.

/이광회 경제과학부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