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을 향해 14.5㎜ 대공(對空) 기관총을 쏜 다음 날인 11일 청와대에 '전단 격멸 작전'이 시작됐다고 통보했다. 청와대는 이런 통지문을 받은 사실을 함구했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북의 기관총 도발 직후 "그에 대한 정부 입장은 국방부나 통일부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우리는 계획이 없다. 국방부에서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방부는 다시 '공'을 합동참모본부로 넘겼다.

'정부'가 아닌 '군' 조직인 합참은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일대 적 고사총탄 낙탄… 우리 군 대응사격'이란 제목으로 시간대별 상황만 정리한 보도자료를 냈다. 북의 실탄 공격에 대한 정부 입장과 향후 도발 시 대응 방침은 없었다. 합참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북한의 도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추가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54시간 만인 12일 밤 9시 50분쯤에야 대변인실 명의로 "우리 군은 지난 10일,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유엔헌장과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임을 지적하고, 추가 도발 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쉬쉬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정부는 지난 7일 남북 간의 서해 NLL 교전 때도 비슷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교전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남측 대응이 과했다'는 항의 통지문을 보냈지만 정부는 이 사실을 감췄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폭로하자 청와대는 뒤늦게 "통지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미온적인 것은 지난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대표단의 인천 방문을 계기로 모처럼 '훈풍'이 부는 남북 관계를 잘 관리해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8개월여 만에 재개될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땅에 북의 총탄이 떨어졌는데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정부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는 "대화를 염두에 두더라도 '약세'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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